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
남원읍 한남리 곶자왈에는
머체오름, 넙거리오름, 사려니오름 등이
삼각형 형태로 모여 있는데
그중 이 사려니오름은
세 오름 중 가장 높은
표고 523m로
머체오름에서 동서로 1km
넙거리오름에서 북서로 700여m 정도 떨어져 있다.
현재 사려니오름 일대는
난대 아열대산림연구소의 제주시험림이 자리하고 있어서
탐방을 원한다면
제주시험림탐방예약시스템에 접속하여
사전예약을 마쳐야 탐방할 수 있는데
그것도 9월말까지만 가능하다.
한남리 난대 아열대 산림연구소 입구에서
사려니오름 정상까지는 400여m.
그리고 사려니오름을 둘러싼 사려니 곶자왈 둘레길은
삼나무 전시림까지 2.4m이다.
현재 사려니숲길로 명명된 관광임도로는
이 사려니 오름에 접근할 수 없다.
사려니숲길에서
사려니오름으로 이어지는 길을 개방하던지
사려니숲길의 명칭을 바꾸든지 해야
사려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최초 FSC 산림경영인증림이라는
한남리 제주시험림.
지역사회와 환경을 배려하고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활동을 실현하기 위해 지정되었다는데
지역과 환경과 경제의 지속가능한 경영활동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
사려니 오름의 통제 역시
그 경영활동의 일부일텐데
그래서 그런지
사려니 오름에 대한 궁금증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런데
사려니오름 초입에 다다르니
두둥하고 나타난 777개의 계단.
말테우리들이 다니던 거친 숲길을 상상했는데
위풍도 당당한 방부목의 등장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언제나 그렇듯
상상을 부숴버리는 숲.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알 수 없어
늘 설렌다.
어떤 풍경과 마주칠지
알 수 없어
늘 떨린다.
어떤 길
그리고
어떤 풍경이
어떻게 다가올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길 위의 모두가 반짝반짝이.
비구름과 뒤섞인
섶섬과 문섬.
거린오름.
사려니 오름의 정상을 향해 달려오는 저 구름
그 구름을 밀어내는
저 바람도
모두가 반짝이는 순수의 결정체.
걸으며
가을이 되는
혹은 겨울도 되는
그런 길.
그 길
777 계단이 끝나면
비로소 사려니오름의 본모습.
떼를 지어 기어다니다가
인기척에 짐짓 멈추는
화산석들.
사려니 오름에 사는
팔색조의 가을 별미.
산탈.
그렇게
점차 깊어지는 숲.
살짝 음산하기까지 한 풍경에
굼부리가 가까이 있음을 안다.
사려니오름의 굼부리.
북동향으로 벌어진 이 반월형 화구는
사려니의 등성마루가 활처럼 휘어지며 감싸안은 형상이다.
정상과 굼부리를 지나니
비로소
평안이 찾아온다.
세심정 가는 길이다.
마음을 씻어야 하는데
씻을 게 없어서
그저 두리번거리다 내려왔다.
사려니 오름의 둘레길.
팔색조 갈림길을 선택하면
삼나무 전시림까지 찾아볼 수 있다.
정낭이 열린 길로 호기심에 들어갔다가
뱀을 보고 벌떼도 만나서
그냥 돌아섰다.
양하 갈림길과 산수국 갈림길을 지나
처음 들어왔던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사려니 사려니 하면서
사려니의 뜻을
이러저러 유추하고 생산해내고 있지만
이어도의 뜻을 그저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사려니의 뜻 역시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척박하고 아주 거칠었지만
그 가시덤불 곶자왈에서도 행복했던
그 제주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안다고 할 수 있다면
사려니의 뜻도 사려니의 길도
심정적으로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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