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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숲터널 동수악

by 산드륵 201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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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을이 온 것을 보면

그렇듯

다시

가을은 떠날 것이다.

 

 

아픈 다리보다

이 가을도 이제 곧 훌훌 떠나리라는 아쉬움에

동수악을 오르는 길은

발을 디딜 때마다 밀려오는 통증조차 견딜만했다.

 

 

아.

동수악 굼부리.

신발이 젖지 않을 정도로 물이 고여

한라 산정이 비친다는 이곳에

지금은 마른 풀향기.

 

 

이곳과 마주한 순간

이곳의 풀향과

이곳의 아늑함조차

달콤한 꿈이라는 걸 눈치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평화로웠다. 

 

 

사라오름 위로 뜬 낮달

 

 

나뭇잎새 사이로 보이는

저 능선과 능선들

 

 

노란 아기단풍

 

 

이제 곧 쏟아져 내릴

가을

 

 

다 버리고

오히려

고운

이런 것들을 가을이라 부르는구나.

 

 

동수악은

표고 700m.

숲터널에서 동쪽 방향으로

걸어들어간다.

조망은 어렵지만

숲 사이로 논고악 한라산 성널오름을 확인할 수 있다.

 

 

동수악의 능선을 따라 걷는 길.

 

맑다.

 

 

곱다.

 

 

마음이 물든다

 

 

눈이 물든다.

 

 

물들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내가 물든다.

 

 

순백의 나를 지켜 무엇하리.

 

 

이런 가을에 물들면 또 어떠리.

 

 

물듬조차

결국 물들지 않는 것이라면

마음껏 물들자.

 

 

고운 너.

만나서 행복했다.

외롭지 않았다.

 

숲터널 중간 지점에서

10여분만에 걸어 올랐던 동수악.

하산할 때는

오를 때와는 달리

계곡을 따라 내리니 오래오래 걸을 수 있게 된다.

 

 

동수악은

숲터널 지역을 제외하고는

북남서 지역이 모두 계곡으로 둘러져 있다.

서남쪽 계곡은 북쪽의 계곡과 합류하여

남원리 바다로 들어간다.

 

 

이곳에 아직 바다냄새는 없다.

 

 

그러나

이 산의 모든 물방울들은

이 건천을 지나

모두가 바다로 간다.

 

 

인생이란 것도 그런 것.

 

 

이 가을같은 것.

 

 

달콤한 꿈길 같은 것.

 

 

달콤한 꿈길이라서

평화로운 것.

 

 

이 가을에 감사한다.

만나서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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