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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그를 찾아 봉하로

by 산드륵 2009.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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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는 대통령, 노무현

 그를 찾아 하루를 달려 봉하에 도착했다. 

 

 아주 작은 봉하마을

 길을 물을 것도 없이

 사저 바로 건너 부엉이 바위와 사자 바위가 보인다. 

 

 전국은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집중호우라는데

 평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봉하에는 

 여전히 눈물 젖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부엉이 바위

그 바위 앞에서 눈물이라도 흐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은 빠르게 타들어갔다.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묘역을 조성한 사람들은

그렇게 노무현을 표현하려 했다지만

그러나 그의 묘는 아주 작고 아주 낮아서

그의 묘역 앞에 서 있는 것조차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부엉이 바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람에 나풀대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원은

 평소 노무현의 신념 그것과 일치했다.

 

"우리 아이들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이려 했던"

그의 신념은

더불어 행복하길 원하는 이 땅 모든 사람의 소망과 다름 아니었다.

 

 산으로 오르는 길 틈틈이

 봉하마을이 손에 잡힐 듯 잡힌다.

  

 산 중턱의 진영 마애불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

 밑으로 떨어져 바위 틈에 끼어 있다.

 

 마애불과 함께

 그도 떨어져 내린 것인가.

 

 아픈 상징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이곳으로 접어들고 있다.

 

 마애불 가는 길을 벗어나 산을 좀더 오르니

 드디어  사람의 세상이 내려다 보인다.

 생과 사가 한꺼번에 있다. 

 사저와 묘역

 그리고 떨어지는 해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시간을 거슬러 부엉이 바위에 올랐다.

 가슴이 바짝 마른다.

 

 사람들이 떠나기를 기다려

 부엉이 바위에 서 보았다.

 

 아무 기원도 없다.

 그저 바람만이 거칠게 오갈뿐.

 

 부엉이 바위 그리고 정토원

  

 지장보살

 

 당신도 보살의 꿈을 꾸었었는가?

 손을 내밀어

 이 땅의 가장 낮은 자

 이 땅의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했던 당신.

 그 길이 보살의 길이었음을 스스로는 알고나 있었는가.

   

 보살은 땅에서 솟아 오른다.

 

전도된 망상으로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그 사람의 땅에

감로수를 전해 주시는 보살님 

    

정토원을 벗어나 정상으로 오른다.

정상의 소나무들이 모두 불에 타 죽어 있다. 

 

그 정상에서 호미 든 관세음보살님을 만난다.

농부는 밭의 잡초를 모두 뽑아내고

수행자는 마음의 잡초를 모두 뽑아내고

좋은 밭 좋은 마음 그런 좋은 세상이길 바라는 것이

진정 전륜성왕의 꿈 아니었겠는가.

   

 고대부터 제사터였다는 사자 바위

  

 사자 바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봉하마을

 

노짱이 자전거 타고 달리던 저 길

 

 이제 그 길에 서서히 어둠이 몰려온다.

 한 시대를 마감할 시기가 온 것인가.

 

부엉이 바위 아래

 

흔적이라고는 애도의 마음뿐 

 

 그래.

 이제 그가 갔다.

  

 힘이 없고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그래.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는

 내 기억 속에 오래 함께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죽었고

 이 땅에는 이기주의만 남았지만

 그 민주주의는 오래도록 행복한 추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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