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겨울을 보낸다.
까맣게 탄 겨울에게도 연두빛 봄이 올 것인지 궁금하다.
성산읍 난산리 북서쪽 2.5km 지경에 위치한 유건에 오름으로 오르고 있다.
측백나무 길을 빠져나오면 잔잔한 솔밭
오름의 길을 따라
전정해 놓은 흔적이 뚜렸하다.
아마 산지기 아저씨의 작품이 아닌가 여겨진다.
유건에 오름의 굼부리는
남동봉, 북봉, 서봉 등 모두 세 개의 봉우리로 형성되어 있는데
울창한 수림 때문에 그 깊이와 둘레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수산평
빌레왓을 품은 돌담이 유려하다.
겨울의 낯선 안개 속에서 멀게만 느껴지는 풍경들
모구리오름
좌보미오름
통오름
나시리오름
유건에 굼부리의 둘레는 1km 깊이는 30m에 달한다는데
굼부리에서 치솟은 나무들이 정상을 넘보고 있다.
숲길에 가려 보이지 않는 굼부리는 포기하고 천천히 걷는다.
유생들이 쓰는 유건을 닮아서 유건에라는데
근처의 묘비에는 이근악이라 표기되어 있고
이기네, 이근이오름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겨울 오름을 천천히 내려온다.
산의 향기는 겨울이 제격인데
이제 좋은 시절을 또 속절없이 보내버리고 말았다.
유건에에서 내려와 유건에를 바라본다.
유건에오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맞은 편의 나시리오름
나시리오름은 오름 기슭에 자리잡은 명애승마장에서 승마 코스로 이용하고 있는 곳인데
아무 생각없이 철책을 넘어 올랐다가 승마장 주인들로부터 혼쭐이 났다.
나시리오름의 정상에 모구리오름이 겹쳐 보인다.
나시리오름의 야트막한 굼부리 너머로 좌보미가 다가와 있다.
고개를 돌리면 손자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이 환한데 굼부리 안을 차지한 음택.
모구리 오름을 바라보는데
승마장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남의 땅에 왜 들어갔냐고 어서 내려오라 소리치고 있다.
바람에 소리가 날아가서 뭔소린지 모르고 뒷짐진체 친절히 답했다.
"예? 뭐라구요? 여기 좋아요. 흐흐. 잘 안들려요! 무사마씨?"
다시 부는 겨울 바람에
의미는 날려버리고 소리만 남긴다.
와글와글 시끄러운 건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니
제 마음은 제 스스로 다스릴 일이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농오름 (0) | 2010.04.25 |
---|---|
동광 마을 거린오름 (0) | 2010.02.09 |
민오름 (0) | 2010.01.27 |
몰순이못과 거친오름 (0) | 2010.01.24 |
수월봉의 화구는 바닷속? (0) | 2010.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