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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괴살메의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지난 겨울의 흔적 앞에서
나는 서성인다.
마른 가지 끝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날개들
다들 이렇게 겨울을 견디는 것인가.
다들 그런 것인가..
기나긴 상처에도
예로서 스스로를 견딘 이처럼
담담히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산책로를 오른다.
고양이가 누워 있는 모양과 닮았다 하여
묘산봉으로도 불리는 이곳.
남쪽 기슭에 포제터가 있고
광산김씨 입도조인 김윤조의 묘도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구태여 아무 것도 찾을 생각이 없다.
보이는 것만 보며 걷는다.
한라산이 보인다.
정상에는 아직도 잔설이 깊다.
표고 116.3m 괴살메 정상은
잡목에 가려 있어
주변을 조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솔밭길
발바닥에 전해오는 부드러운 감촉의 솔밭길이
여기서부터 점점 깊어진다.
괴살메의 숨은 아름다움이 비로소 시작된다.
서두를 일 없는 길
바람도 들지 않는 길
곧게 자란 솔길
햇살도 소나무에 걸렸다.
솔숲 저편으로 찬 바람 몰아치는 바닷가가 계속 따라온다.
김녕리 바닷가
행원리 바닷가
기슭의 자금우
좋은 길이다.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괴살메.
그 숲이 감춘 솔길은 보이지 않는다.
내 마음으로 이어진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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