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울이 오름을 오르고 있다.
산방산이 가깝다.
형제섬이 가깝다.
2014 5월의 바다 앞에서
안타깝다는 말 이외에
더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기슭의 일제 동굴진지.
1943-1945년 사이에 만들어진 이 일본군 군사시설들은
이 오름의 해안과 기슭 등에 약 60여개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태평양 전쟁 말기, 수세에 몰린 일본이
제주를 그들 최후의 저항 기지로 삼고자 했던 의도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태평양에서 거센 바람이 몰려온다.
물결이 운다
물결이 운다하여 이 오름의 이름도 절울이
풍류객들의 피리소리에
바다에서 거북이도 올라와 놀았다는 이곳.
오늘 이곳의 물결은 몸서리치게 울고 있다.
초속 14km의 강풍이 불고 있다.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절울이라는 옛 이름 대신 송악산이라 불리지만
재선충이 왔다간 후에 이 오름의 모습은 또 변하고 있다.
이제 또 무슨 이름을 갖게 될지 궁금하다.
이 오름은
이중 폭발을 거치며 형성된 기생화산으로
수중분출로 형성된 제1 분화구 안에 현재의 주봉이 형성되었고
그 주봉 안에 다시 제2 분화구가 들어선 구조를 하고 있다.
알오름과 산방산
바깥의 제1 분화구 안에 또다른 오름이 안겨있다.
가파도가 보인다.
오전에 가파도로 들어가려 했으나
주의보가 내려 배를 탈 수가 없었다.
가파도.
다음을 기약한다.
그리고 걷는다.
둘레를 한바퀴 돌고
주봉으로 오르고 있다.
주봉의 굼부리가 상당히 깊다.
깊이 69m
소가 이 안으로 굴러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지 못하고 죽어서 나온다고 한다.
강풍이 불어 더욱 아찔한 굼부리
정상
해발고도 104m
초대 대정면장을 지낸 우영하가 노래한 한시비
형제섬
모슬봉
가파도
단산
굼부리에서 굴러 떨어진 바람이
알오름 너머 형제섬 너머 한라로 향한다.
앞서 걷던 나그네가
바람에 휩쓸려 굴러 떨어졌다.
소주가 필요하다.
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렇게 조여올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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