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메를 지나치고 영함사를 지나치고 노로오름을 지나쳐
한대오름으로 가고 있다.
솔밭길 지나 돌밭길 지나 흙길을 지난다.
한대오름의 습지
그림자가 그림자같지 않다.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서럽더라
서럽더라 우리네여
공덕 닦으러 오다
來如來如來如.
來如哀反多羅
哀反多矣徒良
功德修叱如良
양지스님의 향가 '풍요'를 읊으며
꽃길을 걷는다.
피면서 서럽고
지면서 서러운 꽃길
노로오름에서 내려오는 이들
영실과 삼형제 오름에서 내려오는 이들
그들이 모두 이 꽃길을 따라 걷는다.
한대오름 진달래가 활짝 피었으니
이제 머지 않아 한라에도 꽃길이 만개하겠지.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한라의 꽃에 대해 말한다.
문득 느끼건데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꽃도 참 좋아하는 듯하다.
스스로 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적도 없을 것 같은 이들이
그저 꽃만 보면 발길을 멈춘다.
표고 921m 비고 30m
소길리, 금덕리, 어음리에 걸쳐 나즈막하게 펼쳐져 있는
한대오름의 정상 부근
서부지역의 오름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산방산과 해무
나즈막한 산길을 따라 왔을 뿐인데
풍경이 너무 고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산소 주인의 공덕이 크다.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고
이곳이 어디냐고 묻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났다.
영실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헛웃음이 난다.
이곳이 어디일까.
이곳에서는 노로로도 가고 한대로도 가고 검은들먹으로도 가고 붉은오름으로도 가고 영실로도 가고 삼형제로도 간다.
양지스님처럼 노래를 불러본다.
가다 가다 가다
가다 서럽더라
서럽더라 우리네여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허위허위 가고 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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