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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봉개 민오름

by 산드륵 2014.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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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개동 민오름.

표고 651m, 비고 140여m.

말굽형 화구와 깔대기형 화구를 가진 복합 화산체이다.

지금은 숲이 우거져 민오름이라는 이름이 어색하니

무녜오름이라는 옛 이름을 찾아가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터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퇴직해서는 병원에서 남은 생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한바퀴

 

보편적 삶이 되어버린 그 일상을

나라고 해서 벗어날 수 있을까마는

다행히 좀더 일찍이

산을 알고 산과 벗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등수국

 

가지 끝의 어긋난 우산살 꽃차례

 

꽃잎을 열고

초록의 보석을 하나씩 틔워내는 산탈꽃.

지그리오름

 

지그리오름과 민오름 사이로는 교래리 휴양림

 

이곳 민오름은

개오리오름에서 절물과 민오름, 지그리, 바농오름까지

일직선으로 늘어진 오름의 대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민오름 능선에서 바라본 절물오름.

흐드러진 산탈꽃을 쫓아온 온갖 새가 울어댄다.

 

거친오름

 

오름 가득한 꽃들의 향연에 영혼을 빼앗겼는지

한 찰나 전조차 아득하다.

혼수상태같은 마음에서 벗어나려고 

언젠가 새겨두었던 시 하나 기억해내려 애쓴다.

 

함민복 시인의 '옥탑방'

 

눈이 내렸다
건물의 옥상을 쓸었다
아파트 벼랑에 몸 던진 어느 실직 가장이 떠올랐다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벼랑을 쌓아올리는 일
24평 벼랑의 집에서 살기 위해
42층 벼랑의 직장으로 출근하고
좀더 튼튼한 벼랑에 취직하기 위해
새벽부터 도서관에 가고 가다가
속도의 벼랑인 길 위에서 굴러떨어져 죽기도 하며
입지적으로 벼랑을 일으켜 세운
몇몇 사람들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이 도시의 건물들은 지붕이 없다
사각단면으로 잘려나간 것 같은
머리가 없는
벼랑으로 완성된

옥상에서
招魂하듯
흔들리는 언 빨래소리
덜그럭 덜그럭
들리는

 

큰절물이

족은절물이

눈 앞에서 유려한 자태로 다가온다.

 

오를 때마다 풍경이 바뀐다.

곶자왈은 작아지고 낯선 건물들은 재빨리도 들어선다.

 

멀리 보라.

발 밑의 슬픔을 잊으려면.

절물에서 사려니 가는 저 길.

저 길의 끝에는 언젠가 걸었던 물찻오름 궤펜이오름.

 

기슭의 초록빛 습지.

줌인한다.

마음에 물결이 찰랑인다.

 

흰머리는 나날이 늘어가고

걸음은 자꾸만 느려지는 세월.

그러나

산탈꽃 한 가득 다가오니 

내가 사랑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랴.

내가 품에 안지 못할 것이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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