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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한라의 어리목에서 남벽까지

by 산드륵 201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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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어리목 계곡

 

 

 

어리목에서 남벽까지 6.8km.

어리목에서 사제비동산까지 '걷고 있음'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탁 트인 광야에 마음을 맡겨도 되는 코스다.

 

  

 

숲비탈을 묵묵히 걷고 있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가는 신선들이 보인다.

신선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빠르게 지나간다.

신선놀음이란 이런 거였나 보다.

천리안을 가진 이들이 구름기차를 타고가는 거.

 

 

 

신선의 길보다

인간의 길을 택한 이들은

달고 찬

사제비샘물에 목을 축이며

다들 감동한다.

진수성찬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면서

한모금 샘물에 행복해 하기가 어디 쉬운가.

 

 

 

숲비탈을 빠져나와 바라보는

드넓은 광야의 풍경에

머리끝까지 시원해지기가 어디 쉬운가.

 

 

 

사제비오름

'사제비'는 '새잽이'라는 제주어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는데

'새잽이'는 '새매'의 제주어이다.

'새매'는 숲에 사는 조그만 체구의 매로서 작은 새나 병아리, 쥐 등을 잡아먹고 산다고 한다.

이 사제비오름의 동쪽 계곡은 어리목으로 흘러가고

서쪽 계곡은 쳇망오름 사이를 흘러

어리목에서 동쪽 계곡의 물결과 만난 후 외도천으로 흘러간다.

 

 

 

조릿대 속에서 꽃이 핀다.

 

 

 

군데군데 털진달래와 산철쭉들이 고개를 내밀고는 있지만

만개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붉디붉은 한라의 들녘은

6월 초순이나 되어야 할 거라는 소식이다.

 

 

 

지는 것은 진달래요 피는 것은 철쭉이라

 

 

 

한라의 털진달래와 산철쭉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으니

지는 것은 진달래 피는 것은 철쭉이라며

설렁설렁 풍월을 읊는다.

 

 

 

한라의 털진달래는

4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5월 중순 경에 만개

 

 

 

한라의 산철쭉은

5월 중순 이후에 피기 시작하여 6월 초순 이후에 만개하는데

털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산철쭉은 잎이 먼저 핀다.

 

 

 

산행의 즐거움

꽃놀음

 

 

 

만세동산 전망대

 

 

 

모습을 드러내는 한라의 정상.

 

 

 

안내도의 풍경도 5월이다.

 

 

 

민대가리동산

 

 

 

족은 두레왓

 

 

 

표고 1606m 비고 10m 만세동산

옛 이름은 만수

테우리끼리 부르던 이름은 망동산

 

 

 

하늘 아래 산책길

붉은오름, 누운오름, 족은오름

 

 

 

이쯤이면 탈속인가.

 

 

 

신선들의 취향은 왜 산이었나.

그들의 고향이 드넓은 대륙의 중국이어서 그랬나.

저려오는 발목의 고통을 잊기 위해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해발 1700m 윗세오름 대피소

준비해간 식량과 상관없이 대피소 라면을 먹는다.

라면놀음

 

 

 

윗세오름을 지나 남벽을 향하고 있다.

 

 

 

풍경이 달라진다.

 

 

 

한라의 정상으로 가던 옛길

추억금지

 

 

 

한라의 남벽

 

 

 

앞서 걷는 내내

눈이 마주칠 때마다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던 중국인 등반객들.

 

 

 

기능성 등산복으로 무장하고

태양을 완전히 차단한 외계인 복장으로 걷는 이들보다

사람에게 미소를 보일 줄 아는 그들이

앞서 걷고 있어 행복했다.

한 수 위였다.

 

 

 

주변의 식생과는  차이가 나지만

조금씩 성과를 이뤄가는 한라산 복원 작업 구역.

 

 

 

붉은오름

 

 

 

남벽의 꽃

 

 

 

남벽의 바위 군상

 

 

 

화사한 꽃소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미 충분하다.

 

 

 

들녘이 붉게 물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지난 겨울

그리고 늦봄인 오늘도

여전히 정상을 향해 오르는 듯한 저 바위들. 

내가 더 나아진 것이 없듯이 저들도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털진달래, 산철쭉 남김없이 피어날 그날은

아직은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음만은 이 시간, 이 곳에서

비로소 속기를 벗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웃방아오름 

 

 

 

방아오름샘

 

 

 

돈네코로 내려 가는 길 

 

 

 

남벽을 타고 정상으로도 갈 수 있지만

물론 출입금지구역이다.

 

 

 

되돌아 걷는다.

 

 

 

 

이미 걸었던 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은 늘 새 길이다.

한순간도 머무름 없는 뜬구름같은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꿈을 꾸려 애쓰는 모두에게

산은 늘 스승이다.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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