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세상

팽목항

by 산드륵 2015. 1. 4.
728x90

2014년 12월 31일의 팽목항

 

이 길이 왜 생겼을까

 

노란 리본들이 아우성치는 길.

그 길 위에 간혹 들리는 종소리는 너무 미약하다.

너무 미약해서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은 더더욱 커져간다.

 

팽목항에 섰다.

이곳에 쌓인 절망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무심한 저 바다.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의 크기를

이미 넘어서 버린 탓에

그저 먹먹하고 먹먹한 저 바다.

 

잿빛이다.

세월호의 가리워진 진실처럼 탁하고 공포스럽다.

 

기다림과 진실을 가두려는 자들은 누구일까.

그건 바로 침묵하고 있는 우리들.

침묵하는 우리가 공범자.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도는

오늘도 여전한데

2014년 12월 31일에 찾은 팽목항은

이미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가만히 대기하라.

 

그리고 가만히 대기했던 아이들.

 

정부는 지상최대의 구조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했는데

이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을까.

 

팽목항에서 더욱 강해지는 의문.

왜 구하지 않았을까.

 

살아있는 사람들은

하늘나라우체통을 통해

아픔과 그리움을 띄워 보낸다.

 

그러나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보내오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

 

그들의 보내온 이야기를

기억해야 할 때.

 

하라!

함께 하라!

벽에다 대고 욕이라도 하라!

 

썪은 물에 갇혀

발버둥조차 치지 않으며

더 좋은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곧 개뿔이다.

 

우리들의 좋은 세상은

우리들이 만드는만큼만 다가온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그 말처럼

진실이 인양되는 날을 기다려본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어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길 함께 기원한다.

 

배가 자꾸 기울어

 

그런데도

왜 구조를 안 했을까

 

그 의문을 풀지 못한 채

가족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남은 실종자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곳

 

정부는 손을 끊었고

이제 모든 문제의 해결은

실종자 가족들의 몫으로 남았다.

 

시민들의 몫만 남았다.

 

잊지 말아주길

함께 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실종자 가족들을 찾았다.

 

그들의 기다림마저 끝내 침몰하지 않기를

 

희망의 끈을 놓지 말길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

그것 말고는 더 어쩔 도리가 없어

발길이 무거웠다.

 

잊지 않겠다던 그 말들

 

모두가 기억해주길

 

이곳의 남은 이들과 함께 간절히 바랄 뿐

그것말고는 어쩔 도리가 없어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기다림의 팽목항을 떠나

경기도 안산의 분향소로 향한다.

 

경기도 안산의 합동 분향소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겨울 칼바람이 매서웠다.

 

분향소 안에는

수백명의 희생자 영정들이 빼곡하게 줄을 지어 있었다.

 

잊으라 하여 잊힐까.

 

그 눈물이 더이상 흐르지 않는다 하여

잊었다 할까.

 

분향소를 돌아서 나오는데

등 뒤에서

비명같은 울음이 들렸다.

마지막으로 분향하고 나서는 우리를 보고

홀로 남겨진 유가족이 내지르는

공포에 가까운 메마른 울음소리였다. 

마음이 쩍하고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