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군 대둔산 태고사.
이유는 없다.
그리웠던 길에 이유는 없다.
달빛이 쏟아지던
겨울 눈길을 걸어걸어걸어
찾았던
태고사로
다시 돌아왔다.
석문 가는 길.
필체도 예스러워 좋다.
아버지의 필체와 닮은 듯하나
아버지의 필체는 이보다 좀더 날렵했었지.
지금은 가고 없는 아버지의 시대를 만난듯하여
마음이 잠깐 흔들렸다.
석문.
송시열의 필체라 하는데
경계를 표시하는
옛 어른들의 감각도
멋드러지다.
석문을 지나니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
태고사.
성벽의 망루같은 종각.
그리고 금강문.
무협지에서나 봤던 철옹성이 이럴까 하는
마음이 앞서는 곳.
태고사.
아껴둔 말을 풀어 놓는다.
아름답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하였고
고려 보우대사가 중창하였으며
조선 진묵대사가 다시 힘을 보탰다.
경허대사가 머물렀다.
대둔산 마천대 아래.
해발고도 878m 능선.
원효대사가
전국 12승지로 꼽은 불좌복전 중의 하나로
이 터를 잡은 원효대사는
"세세생생 도인이 끊이지 않으리라."하며
3일 동안 환의의 춤을 추었다 한다.
대둔산 봉우리 아래
낙선대 아래
원효대사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원효대 아래
태고사.
현판의 고아한 멋스러움과
푸른빛이 감도는 단청에
내 눈도 푸르게 빛난다.
대웅전의 삼존불.
극락보전.
아미타불과 좌우 협시 보살.
관음전.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산신과 동자를 협시한 관음전에는
경허스님의 진영도 모셔져 있다.
지장전.
지장보살.
창건 이후 태고사는
대웅전만 해도 72칸에 이르는 대가람이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소실되어
법당 몇 칸만 남아있던 것을
몇 해 전 열반하신 도천스님께서
평생에 걸쳐 오늘날처럼 일으켜 놓았다.
종각으로
불어오는
산바람.
산바람 같았던 이들이
한 철 머물다
떠난 곳.
이곳에서
나 역시
바람처럼 떠돌았으니
원이 없다.
속이 다 시원하다.
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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