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칠보면 반곡리 사자산 석탄사.
산을 향해 올라가는 외길이
가파르고 멀다.
공주전투, 금구전투에서 패배한 전봉준이 넘었던
구절재 고개를 지나
다시 숲을 넘은 숲으로 이어진
석탄사 가는 길.
절 입구에서 만나는 부도.
이제 다 왔구나 하는 생각에
부도조차 벗처럼 반가워지는
절로 가는
깊고 멀고 가파른 외길.
신라 선덕여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오는데
한 제자가 있어
왜 이런 외진 곳에 절을 지어 힘들게 하느냐고 묻자
의상은
배가 고파야 공부가 잘 되는 법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현재는 대한불교심우회에 소속된 사찰.
1597년 선조 30년 정유재란 당시 소실되었고
1750년 영조 26년 중건되었으나
1894년 고종 21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관군에 의해 다시 불태워지는 비운을 맞게 된다.
전봉준과 김개남의 집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동학군의 은신처로 사용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은 1986년에 이르러서이다.
석탄사 칠층석탑.
대웅전.
복덕을 구족한 석가모니불
그리고 좌우 협시보살.
삼성각.
도량의 십일면관세음보살.
불타는 중생들의 마음을 다 알기에
슬프고 슬프기에
자애의 손길을 내미시는 관세음.
깨달은 눈으로 보는 까닭에
자비의 감로가
끊이지 않는다.
봄빛 좋은 어느 날
조주가
남전을 찾아갔다.
볕 아래서 낮잠을 즐기던 남전이 조주를 보고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조주가 답했다.
서상원瑞像院에서 왔습니다.
남전이 말했다.
그러면 서상瑞像은 벌써 보았겠군.
이에 조주가 답했다.
서상瑞像은 모릅니다만 와여래臥如來는 보았습니다.
그러자 남전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스승은 있느냐.
그러자 조주가 답했다.
아직도 추위가 남았는데 스승께서 건안하시니 그 무엇보다도 다행입니다.
의상도 넘고
동학군도 넘고
백초월선사도 넘은 이곳에
세간이 궁금해하는 큰스님 또 한분.
청소靑昭 스님.
소소한 볕 아래 누워있던
와여래臥如來 를 보았다.
지금 그대
남전을 보았다라고 답한 조주.
그들처럼
마음이 이어져야 가능한
친견의 세계도 있다.
그러나
때로
깊은 계곡을 넘어온 인연을
청소靑昭 스님인들
어찌 마다하리.
다음 어느 날
이 길을 다시 올라올 때
큰스승께서 아직 건안하시다면
그 무엇보다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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