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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이스렁 오름

by 산드륵 2016.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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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렁오름을 찾아간다.

천백도로 습지를 너머

한라를 향해 숲으로 스며든다.

꽃소식은 작년 5월보다 빠르다.


 

팥배나무



마가목도

이 오월에

꽃을 피운다.



앵초



곱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 덕분에

거친 숲길에서

잠시 쉰다.



백년 인생일지라도

걸음을 지체하게 하던

아름다운 인연이 없었더라면

삶은 마른 조릿대처럼 서걱거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고 1353m.



이스렁오름 능선의 꽃을 보러왔다.



저 멀리

이스렁 정상의 꽃을 보기 위해 왔다.



이스렁의 오월.



이스렁의 꽃.



이스렁의 그 꽃을

내가 맞이하였으니

이제

이스렁의 꽃은

곧 지겠다.



내가 돌아서고 나면

저 꽃잎들은 남김없이 날아

다시 먼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스렁의 거친 바람이

그렇게 말하였다.



이스렁의 꽃.

산철쭉.




이곳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스렁이 부르면 

이스렁이 열어주는 길로

올라야 한다.



꽃길이 붉어서인지

저 너머에서

더 푸르러 보이는 

볼래오름.



서남부지역의 오름들.



영실기암.



자세히 보면

영실 등반로에도

붉은 꽃길이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하늘도 알맞게 젖으니

바람에도

숲향과 꽃향이 섞여.



향기로운

오월

어느날의 풍경.



영실에서 볼래



이 풍경을 만나려고

그 거친 길을 걸어 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서고 나면

또다시 금방 잊고 말겠지.



그렇게

곧 잊고말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붙들고 싶은

절정의 꽃.



그 꽃길을 걷는다.



멀리 쳇망오름도 보인다.



이스렁 정상의 화산분출물들.



만수동산에서 영실.



이 찰나의 꽃길이

영원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바람 거친 산정의 꽃길.



풍륜에 날려

모든 것은 과거가 된다.



돌아서는 순간

그리워진다.



눈으로는 바라보는데

가슴으로는 그리움이 차오른다.



하나둘

빗방울이 몰려오는 하늘.

돌아가라는 뜻.



오월은 이렇게도 가는구나.



흐린 하늘

푸른 숲

붉은 꽃



그리고

저 산 아래

돌아가야 할 곳.




길없는 길을 

헤쳐 올라왔듯이

하산 길도

그렇게 헤쳐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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