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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천아숲길

by 산드륵 201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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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아수원지에서 시작하는

한라산 둘레길.



지금은 1139도로라 불리는

천백도로 곁길에서

2.2km를 더 들어오면

한라산 둘레길 표식이 나온다.



광령천이 흘러내리는 천아수원지에서

돌오름까지는 10.9km.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m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인 하치마키도로와

임도, 표고버섯운송로 등을 활용한 80km의 한라산 숲길인데

오늘은 붉은오름 입구까지 왕복 약 4km 천아슾길을 걸었다. 



둘레길을 가로지른 계곡.



건천인듯 하지만

곳곳에

맑은 웅덩이가 숨어 있다.



양수장과 수위탑.



한라산 어리목에서 흘러내린

제주의 생명수.



세찬 물소리를 따라왔을 뿐인데

선경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예전에는

이 계곡에 유명한 물맞이터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오래된 옛이야기.



물줄기가 가리고 있는

바위 밑으로는

기도객들이 다녀갔는지

촛불을 켜놓았던 흔적만

역력하다.



모두가

소중하게 여겼던

맑고 고운 물이

여기저기서 바위를 뚫고 새어나오고 있다. 



물소리가 열어준

젖은 낙엽길을 따라 들어선

숲.



뻐꾸기 소리에

잎새들이 흔들린다.



물소리 버리고

새소리 따라 걷다가

숲에서 벗어나니

천아오름.



돌아보면 어승생.



한라는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마소들이 목을 축이던 물통가에는

싱그러운 때죽나무 열매.

어린 시절에는

저 때죽나무를 돌로 짓이겨 물에 풀고

물고기가 기절하여 올라오길 기다렸었다.

그렇게 해서 물고기를 잡은 기억은 전혀 없지만

한번쯤 해보았던 수법이었다.



어승생 그리고 구름속 한라와 붉은오름.

이곳 천아오름 앞에서

붉은오름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물통에서 더 지나가면

산새미오름으로

빠지게 된다.



편안한 숲길.



붉은오름 입구까지

터벅터벅 걸어나온다.

길이 편하니

이런저런 상념도 따라온다.



이곳에서

처음에 출발하였던

천아오름 수원지로 돌아간다.

약 4km가 채 못된다.



산수국.



시들고 있다.



너무 늦게 찾아왔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더니

정말 그런가.



천아숲길.

천아오름이 가까이 있어서 붙은 이름인데 곱다.

천아는

참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

여러 변화를 겪다가

천녀의 뜻으로 오해되면서

그대로 굳어졌다 한다.



환상숲길.



모든 것이 환상이란 말인가.



숲 사이로

사라지는 계곡.



돌틈사이로 

사라지는 샘.



그리고 절벽 아래

깊은 옥소.



물빛 사이로 

하늘과 그리고 구름.



그렇게

현상계의 모든 것은

꿈이란 뜻인가 보다.


 

산탈꽃 지며 열매 돋는

그렇게 시작과 끝이 없이 윤회하는

사슬같은 사바세계.



꿈길이어도

좋다.



초록빛 이 숲에

붉은 단풍이 물들 것을 상상하니

좋다.



길 위에 있어 좋은 시간.

 


그 길에서 만난 어떤 풍경.

조릿대가 산소를 뒤덮었다.

조릿대가 산소를 다 뒤덮으려면

얼마만한 시간이 걸릴까.

그날 이후 아무도 찾지 않았던 것인가. 



환상숲길에서

이런저런 상념으로 다가왔던

조릿대 산소도

오솔길을 한바퀴 돌고나니

그새 잊혀진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계곡.

한라산에서 발원한 계곡들이

여기저기 실핏줄처럼 얽혀있다.



3시간여의 산행길.

시원한 산들바람과 뜨거운 햇살

콸콸 쏟아지는 맑은 물과

초록의 기나긴 숲길만이

벗이 되는 그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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