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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메밀꽃 밟고 넘어
오래된 무덤에 닿는
그
짧은 길.
그 짧은 간극 사이에 핀
제주의 꽃.
그 꽃들이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걷기에 좋다.
꽃을 만나기 좋다.
나팔
달개비
여우팥
익모초
미국까마중
사광이아재비
동부
이질
애기나팔
박주가리
꽃들이
저마다 제 빛에 취해 있을 때
그들 곁에서
지구의 자전 방향을 따라
시간의 재단을 끝낸 거미.
거미의 노동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얼마나 사랑하였느냐.
얼마나 부드럽게 대했느냐
얼마나 품위있게
내 것이 아닌 것을 버리면서 살아왔느냐
스스로 던지는
그 질문 앞에서
홀로 미소지을 수 있다면
언젠가 내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더라도
이 여행이 마냥 외롭지만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은
이 이야기를 하려고
제기랄, 다시 오는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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