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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메.
산과 숲과 그늘과 하늘과 바람이
모두 있는 곳.
산의 형태가
혹은 이 산의 굼부리 형태가
스님들의 공양 그릇인 바리때와 닮았다하여
바리메.
숲의 그늘 속으로 들어가
몇 번만 구비돌고나면
곧장 표고 약 763m의 정상에 오르게 된다.
바리메 초입에 서서
인사를 건네는 으아리.
가을이 왔다고 한다.
바람의 결이 다르다.
구름조차 어제와 다르다.
노꼬메
한라
그 하늘 위에는 제주매.
멀리서도 그 의연한 날개짓이 느껴진다.
당당하여
고독해 보였던
그 새, 어디로 갔나.
허공에도
그 어디에도
날개짓의 자취는 남아있지 않다.
풍경.
비양도
모슬봉, 당오름, 도너리, 정물오름
새별오름, 이달봉, 금악오름, 저지오름, 당산봉까지
일직선상에 놓여있다.
여름에 물들지 않았기에
가을도 오나보다.
바리메의 굼부리
깊이 78m 바닥 둘레 130m 바깥둘레 800m
마음을 씻어주는
가을 바람이
바리떼에 담겼다.
길섶의 버섯꽃.
가을을 만나니 모든 것이 꽃처럼 보인다.
다시 풍경.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름을 둘러싼 것은 모두 골프장.
제주의 오름들은 마당없는 집이 되었다.
폭낭오름, 괴오름, 북돌아진오름
그뒤로 산방산
다래오름, 서영아리
다시 한라.
한라를 맴도는 구름
그 구름의 흩어짐을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허공에 자국을 남기지 않고 떠난 새처럼
걸어온 길에 연연하지 말자.
그것이 가을 산에게 건네는
나의 인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