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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종달논길 용눈이오름.
아무리 느린 걸음이라도
30여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곳.
산정 표고 247m, 비고 88m, 둘레 2,685m.
이곳 산정으로 이어지는 그리움의 높이
그 그리움의 최고와 최저 차
그 그리움의 둘레를
어찌 다 말로 하리.
『탐라지도』에는 용유악(龍遊岳)』
『제주삼읍도총지도』에도 용유악(龍遊岳)』
용이 노니는 산.
노닌다.
겨울이.
얼어붙는다.
마음이라는 것이.
얼어붙은 겨울 마음.
바람을 기다린다.
바람이 불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의 이름은 용와악(龍臥岳).
용이 엎드린 오름.
마음껏 노닐지 못하고
한없이 엎드려 있게 된 이곳.
무엇 때문에 그리 되었을까.
저 산이 멀어서
그리 되었을까.
저 하늘이 잿빛이어서
그리 되었을까.
겹겹이 쌓인 슬픔에
발걸음이 휘청인다.
이제 어디서는
이곳을 용안악(龍眼岳)으로도 부른단다.
용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세상은 여전히 눈발 흩날리는 겨울.
그렇다면 이름을 바꿔야겠다.
원래의 용논이오름으로.
이제 곧 봄의 바람이 불어
얼어붙은 마음이 풀리면
슬픔이 더 쌓이기 전에
이리저리 많이 노닐어봐야겠다.
봄의 꽃들은
어디까지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