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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겨울 따라비

by 산드륵 2018.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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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다시 폭설이라는데

겨울 따라비는

지난 밤에 무탈했을까.



그 옴팡진 굼부리



하늘에 맞닿은 그 길



그곳에 내려앉은 겨울은 무탈했을까.



겨울



겨울, 살아있구나!



얼지 않고 살아서

겨울이

건네는

위로는

어디에서 오나.



바람에서 오나.

햇살에서 오나.



바람은

걸음이 느려.

내 걸음만 따라와.



햇살은

걸음이 빨라.

내 앞에서만 서성여.



그렇게 바람이

그렇게 햇살이

함께 걸어주는 따라비의 겨울.



길이 약 1200m.



그 큰 동그라미 안에

작은 굼부리 셋을 품었다.



따라비 굼부리



높고 깊고 아주 먼

모든 것과

담담히 마주한다.



무탈하다.



구름



억새



바람개비



그 모든 것이 무탈하다.



인연따라 걷기만 할 뿐.



그 길에서는

오르막 내리막조차

착각.



시작도 끝도 없는

동그라미였을 뿐.



아슬아슬한

따라비의 이 겨울 풍경.



황지우의 시가 떠오른다.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



겨울산



사색도 얼었다.



오감도 얼었다.



그래서

더 비울 것이 없는 이들은

자꾸 겨울산으로

마음이 기우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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