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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다시 폭설이라는데
겨울 따라비는
지난 밤에 무탈했을까.
그 옴팡진 굼부리
하늘에 맞닿은 그 길
그곳에 내려앉은 겨울은 무탈했을까.
겨울
겨울, 살아있구나!
얼지 않고 살아서
겨울이
건네는
위로는
어디에서 오나.
바람에서 오나.
햇살에서 오나.
바람은
걸음이 느려.
내 걸음만 따라와.
햇살은
걸음이 빨라.
내 앞에서만 서성여.
그렇게 바람이
그렇게 햇살이
함께 걸어주는 따라비의 겨울.
길이 약 1200m.
그 큰 동그라미 안에
작은 굼부리 셋을 품었다.
따라비 굼부리
높고 깊고 아주 먼
모든 것과
담담히 마주한다.
무탈하다.
구름
억새
바람개비
그 모든 것이 무탈하다.
인연따라 걷기만 할 뿐.
그 길에서는
오르막 내리막조차
착각.
시작도 끝도 없는
동그라미였을 뿐.
아슬아슬한
따라비의 이 겨울 풍경.
황지우의 시가 떠오른다.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
겨울산
사색도 얼었다.
오감도 얼었다.
그래서
더 비울 것이 없는 이들은
자꾸 겨울산으로
마음이 기우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