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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가메옥과 알오름들

by 산드륵 2010.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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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얻지 못한 채로 사는 것은

외롭겠으나

이름을 버리고 사는 길은

바람처럼 자유로울 것이다.

 

거문오름 탐방소로 향하는 사거리를 조금 지나치자마자

눈길을 붙드는 아담한 알오름 하나

 

거문오름의 뒤태

  

구비구비 아홉 능선을

이곳에서 만난다.

 

거문오름에서 눈길을 돌리니

알오름 뒤로 펼쳐지는 커다란 품

 

오르기 전에는

감히 그 속을 헤아릴 수 없는

제주 오름만의 독특한 풍경이

이 작은 알오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친 오름'에서 바람과 노닐 때

산 아래로 숱하게 펼쳐진 그 많은 알오름 가운데서도

특별히 눈길을 붙들던 가메옥을 찾아

너른 들판을 구비 돌다가

아름다운 화산탄으로 정성을 다한 산소를 만난다.

이럴 때는 가메옥도 잊는다.

 

봄의 빛깔마저 다채로운 산길

 

알오름을 넘나드는 재미에

가메옥으로 향하는 평탄한 길은 점점 멀어만 간다.

 

가다가 뒤돌아보니 부대오름

 

또 가다보니 밭돌오름, 안돌오름, 거슨새미, 그 뒤로 둔지와 다랑쉬와 높은오름

 

가메옥은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일부러 먼길을 택한다.

 

아!

거문오름 뒤편

곶자왈 깊은 곳의 곤물

  

노루들이 타는 목을 적시고 갔을 이곳에서

한참을 맴돈다.

산의 비밀스런 곳을 엿본 듯한 조심스러움으로

발걸음도 소리를 죽인다.  

 

수량이 꽤 되어 보이는데

근처에는 오래 전에 죽은 노루의 삭은 뼈도 보인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냥꾼이 흘린 탄피도 발길에 밟힌다.

 

산은 꽃을 뿌리고

사람은 탄피를 흘린 제주 오름

 

그래...

 

가메옥 혹은 가메혹

비고 28m의 작은 오름.

'가마'를 뜻하는 제주어 '가메'와

방앗공이가 내려지는 돌절구 모양의 우묵한 돌인 '확'의 제주어 '혹'이 합쳐져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안쪽의 말굽형 굼부리와 함께 뒤쪽으로도 작은 굼부리가 있다.

 

저 멀리 거친오름과 체오름

 

밭돌, 안돌오름, 높은오름, 그리고 거슨새미 

 

가을이면 억새 바람이 일렁일 이곳에서

저 고운 들녁의 빛과 저 간결한 산의 선을 다시 만날 꿈을 꾼다.

 

그리고

무심코 주머니 속의 나침반을 확인한다.

내 삶은 지금 어느 방향에서 서성이는지.  

굳이 돌아서 오는 길을 택하였다만

그 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아름다웠고 또 고마웠다.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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