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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모지 오름

by 산드륵 201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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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 찔레꽃 산의 꽃 찔레꽃

헌화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들녁에 피는 넋의 꽃

 

찔레꽃 향기를 따라 산길을 떠돈다.

  

성읍 2리 입구에서

산업도로를 건너 남쪽 방향으로 자리잡은 모지오름

뭇지오름, 모자악, 모지악, 무지악 등으로도 불리는데

어머니가 아이를 안은 모습의 이중오름으로

오름 굼부리 안에는 또 하나의 알오름이 솟아있다.

 

모지오름 기슭에서 자빠져 자는 망아지

 

참으로 널널한 그 모습에

자꾸 이유없이 헛웃음이 나려고 한다.

 

'나는 물'인지

빗물을 받아 놓은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고운 산물은 이제 사람의 몫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뒤돌아보면 따라오는 따라비 오름

 

발밑에는 새끼 손톱만한 산의 꽃

  

산의 싱그러움에

내 몸에서도 풋내가 나는 듯하다.

 

산향을 맡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오름의 정상이 눈앞에 다가선다

 

모지오름의 굼부리

그리고 그 안에는 또하나의 알오름

 

어느 해 여름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장대비에 돌풍이 몰아치더니

집채만한 용이

모지오름 앞에서 하늘까지 솟구쳐 올랐다가

영주산 앞에까지 날아왔다.

곡식이며 가축은 말할 것도 없고 집도 몇 채 휩쓸렸으며

성읍 느티나무도 가지가 딱딱 부러져 나갔다.

사람들은 무서워 집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떨 뿐이었다.

용은 마침내 바다 쪽을 향해서 날아갔는데

이것이 도중의 한 오름에 작용을 해서 용눈이오름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용이 날아갈 때 여의주는 잊었나. 

둥그런 알오름이 신기하기만 하다.

여의주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듯

세상에 대해서는 겁이 많으나 산에서는 겁이 없는 한 사람이

터벅터벅 앞으로만 걷고 있다.

 

앞서 걷다가 사라져 버린 저 사람이나 

홀로 걷는 나나

산에서의 기도는 하나

 

마음에 새겨지는 잔영을

하나둘 지우고

훨훨훨 더더욱 가벼워져라. 가벼워져라....

 

가벼워져라...

 

따라비

 

큰사슴이

 

봄이 오면 오마던 약속은 없었으나

봄과 함께 오는 것들

   

그런 꽃을 품은

오월의 뒷모습을 향해 손 흔드니

오월이 절로 떠난다. 가볍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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