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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연동 남쪽의 오라 2동과 인접해 있는 검은 오름
이곳이 신성한 터라는 것은
제주사람들에게 깊은 경외감을 안겨주는
'검은'이라는 그 이름에서 이미 알았다.
그러나 막상 찾아든 검은오름의 선경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깊었다.
사람의 길은 끊겼고
신의 길은 모르니 잃어버린 길.
그 숲에서 만난 발자국
동물의 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다.
길이 끝난 곳에서 만난 산의 노루들
가까이 다가가도 제 할 일만 한다.
사냥개가 다가오든
사람이 다가오든
미리 놀라지 않고 제 길을 갔다.
다시 원점에서 신발끈을 다시 맨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찾고자 한 곳을 찾았을 뿐이다.
그리고 보고자 한 것을 보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