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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부소오름

by 산드륵 2011.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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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 2번지 부소오름

 

태풍 5호 메아리가 빠져나간 오후

햇살이 맑게 드리운 자리의 산빛이 유난히 곱다.

 

표고 469.2m 비고 129m 둘레 2610m

옛 이름은 '새몰메' 로

생몰(어린 말)을 방목하던 산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소오름에 자리잡은 무덤의 비석에 남아 있는

사모악이라는 지명 표기도 그 흔적으로 보인다.

 

지난 새벽의 태풍 탓인지 사람의 길은 대부분 쓸려 사라졌다.

길이 없어 길을 찾을 생각을 버리니

깊은 숲속에서 드믄드믄 솔길도 만난다. 

 

산 중턱에서 만난 우공들

 

양지바른 곳에 누운 음택에서 빛바라기를 하고 있다.

 

사람에 대해 적의를 품지 않는 눈

아니, '적의'를 모르는 눈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적의를 품은 나를 한방에 무릎꿇게 한다. 

 

우거진 부소오름 숲 속에서

환히 트인 밝은 자리는 이곳밖에 없는 듯 보인다.

산의 주인은 우공들 때문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겠지만

자리가 좋은 탓이지 우공들 탓은 아니다.

 

정상은 빽빽한 숲으로 둘러있어

남서 방향으로 굽은 말굽형 굼부리는 조망하기가 힘들다.

 

산짐승이 먹고간 양애

우공은 아닌듯 싶고 어딘가에 노루가 사나보다.

 

정상에서 내려 굼부리를 찾아 숲길을 헤맨다.

간혹 트인 하늘에서 빛이 내린다.

 

산수국

 

상쾌한 아름다움

내게 빛이 있다면 저 산수국을 닮고싶다.

 

부소오름 곳곳에는

소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낸 길들이 수도 없이 나있다.

길이 많아 길을 버린다.

 

길을 버리니

하늘과 만난다.

 

하늘엔 길이 없다.

 

가지 않아도 되고

오지 않아도 되니

괴로움을 떠난다.

구름의 길만이 허공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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