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노로오름

by 산드륵 2011. 10. 24.
728x90

산을 알지는 못하지만

산을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은 얼핏 엿본 적이 있다.

안나푸르나에 갇힌 박영석 대장은 오늘도 소식이 없다.

산사람 소식이 없으니 산도 쓸쓸하다.

 

노로오름을 찾아가는 길이다.

 

한라의 단풍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을 만든다고

노로오름으로 가는 길을 새로 정비해 놓았다.

 

"제기랄, 또 가을이다."라던 어느 시인은

어디서 가을을 보았을까.

 

가을이 온몸을 칭칭 감아오는 한라의 숲에는

어느새 차고 시린 바람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 생긴 한라산 둘레길을 한시간 반여 걸어

노로오름 정상에 올랐다.

한라의 장엄한 모습이 눈앞에 다가온다.

삼형제 오름이 참 가깝다.

뒤에서 누군가의 혼잣말이 들려온다.

"이 길로 가면 한라에 닿겠지, ......"

그렇겠지.

그렇게 다들 깊이 스밀 꿈들을 꾸고 있겠지.

 

노로오름을 걷는 이는

한대오름도 함께 찾는다.

한대오름에서는 멀리 산방산이 더 가깝게 보일 듯도 하다.

 

산을 좋아하는 나이.

그건 뒤돌아볼 나이란 뜻인가.

좁은 노로오름 정상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귀밑머리는 대부분 희었다. 

 

바리메 오름을 지나 영암사 근처의 숲길로 오르는

3시간 주행의 옛길을 탔어야 했는데

산길은 어느 길이든 좋고 좋다는 신념 때문에

길의 끝에서 오르는 새로 생긴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대형버스도 다닐 수 있을만한 이 넓은 길을

사람들은 그러나 외면한다.

노로오름을 자주 다녔다는 한 노인은 말했다.

"이 길은 비정상적인 길이야."

 

그리고 바로 곁에 있는

이 옛길로들 걷고 있었다.

 

옛길을 걷는 이유는

조릿대에 발목이 잠기고 삭은 가지가 어깨를 스치는 가운데

스스로 산이 되기 때문

 

옛길을 걷는 이유는

가을과 눈을 마주치고

산향을 가까이 할 수 있기 때문

 

숲의 둘레가 아니라

숲 속으로 걸어가

온전히 산에 잠긴다.

 

그러나 이 가을이 지고 또 지고나면

새 길도 곧 옛길이 되겠지.

 

가을, 또 가을

어느새 낭만을 잃어버린 스스로를 위해

일부러라도 가을을 찾아 나서야겠다.

 

 

 

 

 

 

 

 

 

 

 

'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이오름  (0) 2012.03.02
한라, 그 순백의 길  (0) 2012.02.25
거친오름  (0) 2011.10.10
큰사슴이오름의 굼부리 길  (0) 2011.10.10
지그리오름  (0) 201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