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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천백고지로 가자 한다.
설경을 구경하자고 한다.
그러나 마음 먹고 한라산을 향해 핸들을 꺾는 순간
이미 세상은 순백이다.
선 하나를 넘으니 전혀 다른 세상이다.
선 하나에 세상이 갈리고
호흡 하나에 이승과 저승도 갈린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그 선이 어디쯤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세상은 순백
꿈을 꾸듯 건너온 세상
따뜻한 차 한 잔에 행복을 나눈다.
습지
나무
나무
나무
덤불
그 모든 것에
차별없이 모든 것에 눈이 내렸다.
구름은 뜨고 눈은 내린다.
한라의 일기예보는 이 정도면 될 듯 싶다.
그러다가 일기예보를 들었다.
하늘이 영하 20도라고 들었다.
잘못 들었겠지.
하지만 하늘이 영하 20도인 세상을 잠깐 상상했다.
나를 덮고 있는 영하 20도의 하늘을 잠깐 상상했다.
그래도 춥지 않다.
아직은 내가 있는 곳이 신선세계
나라고 해서 선녀옷을 줍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구비구비 굽은 길
길은 가도 가도 구비길이니까
내가 가는 길이 구비구비 굽은 길임은 잊어버리고
저 구비 너머 선녀옷 하나가 떨어져 있기를 기대한다.
구비
또 구비
구비마다 꿈을 꾸며 흔들린다.
그러다 보니 하산길이 가깝다.
꿈보다 짧은 하산길, 그러나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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