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2 오후
낙영산 공림사에
반드시 들러 가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계셨다.
충북 괴산 청천면 사담리 공림사
스님 말씀 때문에 일정을 거슬러 되돌아오는 길인데
절의 입구에 다다르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옷깃을 여미어야겠다는 것을.
경내로 들어서면 상상하지 못했던 화려한 적광탑
두 마리 사자가 호위하고 있는 적광탑.
기단에는 연꽃을 새기고
탑면마다 여래와 보살들을 가득 새겨놓았고
각층마다 기와며 처마 등을 사실적으로 조각해 놓았다.
상륜부까지 섬세한 손길이 가득한 화려하고 웅장한 탑이다.
공림사는 신라 경문왕 당시
자정선사가 암자를 지어 수행하던 곳이었다.
자정선사의 덕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자
경문왕은 선사를 국사에 봉하고 입궐하기를 권하였으나
자정스님은 끝내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서기 873년 경문왕은
국명으로 이곳에 사찰을 크게 일으켜 세우고 공림사로 부르게 했다.
공림사의 위엄은
임진왜란 때도 왜군이 감히 사찰 경내로 들어오지 못할 정도였으나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군에 의해 전소되고 말았다.
이후 1981년 탄성스님의 발원으로 대웅전이 건립되고
1993 적광탑, 석가탑 등이 완공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림사 대웅전
대웅전의 정갈한 향내음에도
이곳을 오늘날처럼 일으켜 세운
탄성스님의 향훈이 흐르고 있는 듯하다.
생활은 소박하였으나 그 뜻은 사자처럼 당당했던
납자들의 스승
대웅전 옆의 석가탑
적광탑과는 달리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 탑 역시
1993년 적광탑과 함께 조성이 되었다.
1층 탑신에는 사천왕상을 모셨고
각 탑면 모서리마다 기둥을 설치하는 섬세함을 보였다.
사찰의 모습만큼
이 곳에 깃든 사람들조차 아름다운 곳.
늙으신 보살님은 품안에 아껴뒀던 옥수수를 꺼내 길손에게 쥐어준다.
아마 내가 누구였든지 그 옥수수를 쥐어주었을 것이라는 것을
품안에서 뜨거워진 조그만 삶은 옥수수를 받으며 느꼈다.
묵언 중인 스님은
선방으로 향하다 멀리서 돌아나와서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 보이신다.
배고프지 않게 공양하고 가세요....
콧날이 시큰해진다.
내가 그냥 웃고마는지 혹은 공양간으로 향하는지
몇번이고 뒤돌아보며 확인하는 스님의 뒷모습은 무척 야위었는데
그 모습은 뜨거운 햇살에 반사되어 아지랑이처럼 희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