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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 열안지 오름으로 향한다.
계곡으로 들어서는 순간 짙은 어둠을 느꼈다.
하늘은 청명한데 열안지로 들어서는 계곡엔 짙은 어둠과 습기.
마음을 경건히 하라는 산의 경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잡목 너머 편백나무 숲이 보인다.
여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혼미하게 떠돌던 정신이
한 순간 맑아진다.
향수해(香水海)처럼
온몸을 적시는 편백나무 향기
비를 걸친 구름 아래로
금오름, 상여오름, 남조슨오름, 민오름
제주시의 사라오름과 별도오름
세미오름
어승생
안개를 피워올리는 한라
편백의 향기에 젖은 안개가
숲을 떠돈다.
제 마음은 제가 알아서 붙들며 그렇게 홀로 치유하며 살다가도
어쩌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면
편백나무의 싱그러운 향내음 속으로 걸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더더욱 간밤에 내렸던 빗방울들이
숲의 향기를 붙들어주는 그런 아침이라도 만난다면
그건 아마 산이 진정 나를 살펴주는 까닭이라 착각하는
과대망상의 즐거움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