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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뽕.
싱그럽다.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마음이 헐거워진다.
우리에게도 싱그럽던 시절이 있었다는 오래된 기억이 문득 스친다.
안덕면에 자리한 왕이메로 가는 길
탐라국의 삼신왕이 이곳에서 삼일기도를 마쳤다 하여
왕이메라 불리는 곳이다.
나무가 내어준 길을 찬찬히 걷는다.
아직 산수국은 찾아오지 않았다.
멀리서부터 솔향이 난다.
단단한 내 몸의 입자들이 조금씩 헐거워진다.
솔향이 좀더 짙었더라면 수증기처럼 증발할 수도 있었으련만.
왕이메의 정상
그 아래로
깊이가 100m가 넘는다는 왕이메의 굼부리를 엿볼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서부지역의 오름들.
오름들의 저 능선을 바라보려고 이 길을 걸었나 싶게
평화가 감돈다.
정상에서 내려서 굼부리로 향하는 길
삼나무 숲이다.
수직동굴도 두 군데나 보인다.
깊은 덫을 놓았으니
어딘가에 제국주의의 은신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리창
왕이메의 굼부리다.
베리창, 암메창 등으로 불리는 이 굼부리는
둘레가 약 4백보에 이른다.
산뽕
그 아래로는
노루가 보금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깊고 너른 그 품에 흩어진
사소한 것들에 대한 너그러움
왕이메를 그리 보았으니
나도 그리 살아야
참된 예를 갖춘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