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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논고악

by 산드륵 201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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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

오랫동안 먼 길을 돌아 이제 한라 앞에 섰다.

성판악을 지나고 숲터널이 끝나는 곳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길은 없다.

논고악으로 오른다.

물가에서 쉬어간다.

 

길은 없다.

그러나 논고악은 있다.

무작정 걷던 걸음을 또다른 물가에서 잠시 멈춘다.

 

물빛이 검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다리를 놓았다.

 

검은 물빛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투명하다.

 

1시간여를 무작정 걷다보니

논고악의 굼부리가 나타난다.

 

굼부리 입구에 흩어진 화산탄들

 

이끼가 무성하다.

 

물냄새가 난다.

 

논고악의 굼부리 모습

 

산향과 물향이 꿈틀댄다.

 

굼부리 가득

발목을 적실 만큼의 물이 고였었는지

자꾸만 물결이 출렁이는 듯한 환각이 접근한다.

 

하나의 뿌리에서 제각각 다시 돋는 나무들

 

신령스러운 기운마저 감도는 굼부리의 풍경이다.

 

굼부리에서 빠져나와

논고악의 등성이를 따라 걷는다.

 

진달래가 한창이다.

 

곱다.

 

곱고 또 곱다.

 

고운 등성이를 따라 걷는다.

 

논고악으로 오르는 길은 없던데

등성이로는 꽃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 선명하다.

 

정상에만 길이 있으니

하늘 사람들이 걸었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동물들이 다니며 만든 길이라는데

그들도 등성이를 따라 꽃구경을 다니나 싶다.

 

논고악에서 바라보이는 사라오름

 

남원읍 신례리 산 2-1번지에 속하는

표고 843m 비고 143m의 이 논고오름에서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성널오름도 보인다.

 

성벽처럼 둘러있는 암벽의 모습이 인상적인 성널오름. 

 

저곳에는 성널폭포도 있다는데

그 폭포와의 조우는 언제쯤이 될지 모르겠다.

 

그저 꾸역꾸역 저 산을 향해 걷는 상상을 미련스레 덧붙여 볼 뿐이다.

 

그저 물오름 건너 퀘펜이오름에 오르는 길을 상상해볼 뿐이다.

 

없는 길을 찾아 헤맨 논고악에서

갑갑했던 머리가 맑아진 이유를 알 듯도 하다.

성널을 지나고 사라에서 한라로 향하는 저 숲에서는

더이상 없는 길을 찾아 헤매는 비루한 행색은 버릴 수 있을 듯하다.

산정을 향해 가는 그 마음이 곧 길이라는

논고산신의 위로가 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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