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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별초의 김통정 장군이
최후의 항전을 펼치다 자결한 곳으로 알려진
애월읍 광평리 붉은 오름 가는 길.
바리메 오솔길의 끝에 놓인 노로오름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올라가
왼쪽 숲으로 난 길손들의 흔적을 찾아 들어간다.
표고 1061m 비고 약 130m의 붉은오름 안으로 들어가니
계곡이 깊다.
가을도 깊다.
계곡을 건너
왕복 세시간의 숲길을 걸었다.
숲에 살며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란 조릿대는
내 허리춤에서 억새처럼 서걱인다.
슬픔도 씻기고
기쁨도 씻긴 이의 얼굴같은
가을 숲
가을은 내려오는데
우리는 거슬러 오른다.
구원군으로 왔다가 점령군이 된
김통정은 못보았을
붉은 오름의 붉은 단풍
쳇망오름
이스렁오름
삼형제오름
삼형제 샛오름과 말젯오름 그리고 노로오름
바리메, 노꼬메 오름까지
한라의 가을이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알고싶다면
붉은오름 옛길을 따라
시간의 장벽을 넘으면 된다.
앞서간 사람도
뒤따르는 사람도
가을 이외에는 생각이 없는 깊은 숲으로 스미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