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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2
해남 두륜산 줄기를 따라 무심코 달리는데
산 중턱에 자리잡은 사찰 하나가 눈에 걸렸다.
무작정 걸어올라 마주한 곳은
해남군 북평면 동해리 위봉산 성도사.
석벽이 일주문
대웅전 앞의 여의주 바위.
성도사가 자리잡은 위치가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어서
용이 머리를 흔들때마다 이곳에 쌓은 성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용의 입에 해당하는 자리에 여의주를 놓았고
그 이후로는 성이 무너지는 일이 없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백제시대부터 시작된 이 고찰은
1933년 전남지역 농민대표들이
이곳에서 항일농민운동 핵심단체인 전남협의회를 결성하면서
탄압을 받고 쇠락의 길을 걷다가
한국전쟁을 거치며 그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고승대덕들이 자취가 역력한 그 자리에
최근에 이르러 다시 복원된 성도사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고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좌우로 협시하였다.
성도사 사리탑
백옥은 눈처럼 흰데
햇살을 받으면 더욱 눈이 부시다.
요사채 뒤의 선방은 출입금지.
청화스님을 비롯하여 고승들이 한번은 머물고 갔다는 저곳에서
오늘도 눈푸른 납자들이
장좌불와에 들어 있다.
성도사의 앞뜰
내 눈이 조금은 밝아진 것일까.
무심코 찾았는데
조그만 성도사 안에 고승대덕이 가득하다.
그들 선지식이 나그네에게 내놓은 차 한 잔, 찐빵 하나
그리고 스승을 잘 만나라는 말씀.
그 귀한 대접을 받으며
나는 마음으로 답한다.
이미 여기서 좋은 스승을 만났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