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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4
화엄사를 찾았다가 구층암에 들렀다.
구층암
부서진 석탑.
부서진 석탑에서 무얼 보고 가든
그것조차 나그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스님께
탑은 삼층인데 암자의 이름은 구층암인 이유를 물으니
그저 차나 한 잔 하라신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선재가 법보계 장자를 찾아가니
법보계 장자가 "선재야, 내 집을 보라." 하였다.
그 중에 구층탑을 보니
그곳에는 일생보처 보살들이 모여 있었다.
구층암은 그런 곳일까.
구층암 요사채의 모과나무 기둥에선
천년전처럼 새파란 싹이 트고 꽃이 피어날 것만 같다.
있는 그대로
세간의 모습 그대로
함께 흘러간다.
뜰에는 모과나무 기둥만한
또다른 모과나무가 자라고 있어
이곳 구층암의 세월을 가늠케 한다.
천불보전
천이면 천
만이면 만
모두가 그대로 붓다
차 한 잔 하고나니
스님께서
빈 잔에 다시 차를 따르며 한 말씀하신다.
정토의 구품연대를 달리 어디에서 찾겠느냐.
차 한 잔 하기 위해 앉아 있는 이 자리를 살펴라.
이곳이 정토라면
나는 구품연대의 어느 곳에 앉아 있는 것일까.
귀하디 귀한
구층암의 차 한 잔으로
금강대의 꿈을 꾸어본다면
너무 외람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