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궁대악.
표고 238.8m, 비고 54m의 야트막한 산체이지만
구비구비 풍경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걷게 되는 곳이다.
오름의 안내문에는
산 중턱에 활 모양의 띠가 둘러져 있어서
궁대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삼나무 숲 속에서
그 모양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터.
따스한 삼월의 햇살 몇 줌이면
여전히 매서운 찬 바람도 견디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세상이 시릴수록
자꾸 햇살 아래를 걸어야 하는 이유다.
도리미오름
저 너머 성산
도리미 너머
대왕산
저 너머 성산.
모든 것이 저 너머로 멀어져간다.
용눈이, 은월이.
그곳을 걸었던 기억들이 가물가물 멀어져간다.
가물가물.
어떻게 여기까지 걸어왔는지조차 가물가물.
손지봉, 다랑쉬, 용눈이
좌보미
동거미
손지봉, 다랑쉬.
몇 번이고 불러봐도 여전히 반가운 이름들.
그리움이 남아있어 온기가 느껴지는 이름들을
주문처럼 불러본다.
여전히 매서운 찬 바람도 다시 견디게 해준다.
세상이 시릴수록
자꾸 그리운 이름을 불러야 하는 이유다.
궁대악의 굼부리.
굼부리 안에 또다른 알오름을 품고 있다.
이 궁대악 알오름은
굼부리 안에서 다시 한번 더 터져 오른 화구구로 보여지고 있다.
이중식 화산의 묘미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굼부리 길을 따라 걷는다.
숲길이 나왔다가 들길이 나왔다가
풍경은 자꾸 변한다.
그러나 멀리 돌아보면
여전히 따라오는 좌보미
여전히 따라오는 영주산.
그 그리움들이 있어
오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림자처럼
여전히 따라와주는 지나간 추억이
그래서 새삼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