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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영모루(영주산)

by 산드륵 2017.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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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모루.



들꽃도 아는

떠나는 법.

가볍게

아주 가볍게

놓아야 할 것을 놓음.




고개숙여도 고우니

그것이 봄꽃의 지혜.



산기슭에 남아있는

70년대 산림감시초소에는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려놓은

이런저런 그림이 가득하다.

행복한 소통을 꿈꾸던 나그네에게도

지금은 봄이 왔겠지.



작은 한라산이라 하여

소영주산으로도 불리던

표선면 성읍리 영모루,

지금은 영모루보다

영주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사방이 봄이다.



겨울공화국은

2017년 3월 10일에 탄핵당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바람이

너른들의 봄들을 불러 일으킨다.



모구리오름 저 앞으로도

봄빛이 출렁인다.



소중한 가치.

이제는 그런 것들이 다치지 않는

새봄공화국이 되었으면 하는 꿈.



걷기에 좋은 날.

.


오르기에 좋은 날.



되돌아 내려가도 좋은 날.



하늘길 옆으로는 굼부리.




마음의 끝에서 끝까지

가득한

봄.



백약이, 높은오름, 동거미, 좌보미



성불오름, 비치미, 민오름, 거슨세미



용눈이



그들과 함께 봄길을 걷는다.



표고 326m의 산정에서 

다시 봄을 향해 걷는다.



한라와 대록산



모지오름, 대록산



그들이 열어놓은 봄길을 걷는다.



흐린 하늘 저편의 한라.



중국 미세먼지는

언제나 걱정스럽지만

그것들조차

봄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용암이 쏟아져내렸던 길을 따라

한라의 봄이 흘러가 바다를 적시듯

온통

다들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축원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개나리봇짐 하나 지고

산길을 걷는다.



한양에서 벼슬살이하다가

오래전에 고향에 돌아와 누운 옛사람처럼

사랑도 버리고

미움도 버리고

그리고 다시

성냄도 버리고

탐욕도 버리고

물같이 바람같이

그렇게

산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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