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오라동 방선문.
제주십경의 하나인 영구춘화는
이곳 방선문 계곡 꽃길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던 말이었다.
들렁귀
한라산을 오르는 관문이기도 했던
이곳 들렁귀를
한자를 아는 양반들은
등영구라고도 하고
방선문이라고도 했다.
봄비 내린 후
한라산에서 씻겨 내려온 흙탕물이 가라앉아
물이 맑아지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도 한다는데
어떤 선비는 그 광경을 훔쳐본 죄로
한라산 흰사슴을 지키게 되었다는 전설도 있는 곳.
물이 맑아질 때를 기다렸다가
선녀와 마주쳤다가는
큰낭패를 당할 뻔 했다.
예전에는 바위틈마다
참꽃이 붉디붉었다는데
지금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물이 깊어 건너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본다.
계곡 바위에 새겨진 방선문.
訪仙門은
백거이의 장한가에서 인용한 것으로
신선이 찾아오는 문이라는 뜻이다.
시냇물을 건널 수 없어
오래전에 찍어두었던 사진을 꺼냈다.
환선대.
정조 3년 제주목사를 지냈던 김영수의 시.
이곳에서 신선을 부르며 시를 한 수 남겼다.
큰 계곡 그곳의 우주는 거대해
석문에는 해와 달이 한가로이 노닌다.
일찍이 무특지라 하였으니
그것은 신성한 산이 있음이라.
꽃이 오래되어 봄이 겨울되었어도
바위는 옛모습으로 반기고 있네.
학 우는 그 뜻
신선의 세계에 이미 들어왔음을 알겠네.
등영구.
영조 15년 제주목사 홍중징도 시를 남겼다.
뚫린 바위 입을 크게 벌린듯한데
암벽에는 무수한 꽃들이 피었네
꽃 사이로 풍악 소리 퍼지니
신선을 태운 새가 날아가는듯 하여라.
꽃잎 흘러가는 곳.
참꽃.
참꽃길.
산철쭉
꽃술잔.
봄이 휘청인다.
비에 취해
더욱 싱그러운 봄이다.
어서 피어
피고 지어
피기 전에 지지는 말아
곱게 피었다가
더 곱게 지자.
꿈이어서 다행인 인생
그 인생을
비처럼
꽃처럼
보내니
다들
인생을 봄같다고도 한다.
꿈같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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