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장다리꽃

알오름 기슭의 장다리꽃

바람이 흘러간 곳마다 장다리꽃 피었다.

바람의 길이 곧 꽃의 길

꽃의 향기가 곧 바람의 향기

바람의 향기가 곧 봄의 향기

그 향기
눈에도 곱다

곱다라고 되뇌이는
그 순간
봄은 거기까지

오름 위의 외계인들

중력을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애쓴다

저기 성산

저기 한라

그 위로 초승

그 봄의 무게가 무거워
귀향하지 못한 그들은
장다리꽃 향기 속에 숨었다

또 어느 봄날
장다리꽃 피고
달이 뜰 즈음이면
잊지말고 만나자 속삭이면서
꼭꼭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