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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 그리고 섬

능소화

by 산드륵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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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축제가 7월 15일까지 열린다고 하여 먼길을 달려서 찾아가 보았다.

 

 

이곳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카약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었지만 이때쯤이면 능소화를 찾는 이들이 더 많은 듯하다.

 

 

범부채꽃

 

 

천일홍

 

 

돌담 위의 능소화

 

 

바람개비도 꽃인양 붉고 노란 향기를 흩는다.

 

 

제주의 옛 화장실, 통새.

대로변에 나와 있어 당황스럽다.

 

 

카약 수로

 

 

수심이 깊지 않아서 안전해 보였다.

 

 

능소화.

 

 

능소화는 금등화라고도 하며,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양반꽃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왜 양반꽃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하다가 다음과 같은 논문을 읽어봤다.

 

『조선 후기 취미생활과 문화현상(안대회)』에 나오는 글이다.

 

화훼를 가꾸고 감상하는 취미를 살펴보면, 이는 오래 전부터 사대부 들 사이에서 널리 향유된 것으로서 조선 후기 들어서 더욱 성행하였다. 원예에 관한 관심이 늘어 화훼업이 성장하고 기술도 발전하였다. 柳璞과 같은 전문 원예업자도 출현하고, 국화품종 개량의 전문가 김 노인도 등장한다. 19세기에 서울 삼청동에는 花儈 金敬習과 花家 金應錫이 있어 화훼를 직업으로 하였다. 매화를 즐기는 전통적인 취미는 식을 줄 모르고 활발해져 李麟祥과 吳瓚 등이 겨울밤에 얼음덩이를 잘라내어 그 속에 촛불을 두고 매화를 감상하는 氷燈照賓宴이나 그림자를 이용하여 국화를 감상하는 菊影法과 같이 다양한 감상법까지 등장하였다. 화단에서 꽃을 키우지 않고 화분에서 재배하여 감상하고 꽃병에 꽂아놓고 완상하는 盆景法과 甁花法이 널리 활용했다. 이는 조선 후기에 화훼 감상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문화적 트렌드로 확립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세상에 매화 보는 풍속이 형성되어 / 열 집에 아홉 집이 매화 키우네. / 아! 그들의 매화 감상법은 / 가지도 아니고 등걸도 아니라. / 화분에 꽂아 위치 좋은 곳에 두고 / 마음을 온통 꽃에만 기울이네.”라고 묘사한 작품을 통해 한 측면을 엿 볼 수 있다.

 

화훼 취미가 확산되어 중국으로부터 능소화와 영산홍, 종려나무 등 새 품종을 들여와 재배하기도 했다.

 

 

조선후기에 사대부들이 중국으로부터 능소화를 들여와 감상하면서부터 이 이국적인 꽃이 양반꽃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아닌가 추측해본다.

 

 

더군다나 『동의보감에는 능소화에 대하여 "온몸이 풍으로 가려운 것과 은진을 치료한다. 곱게 가루내어 한 돈씩 술로 먹으면 곧 낫는다.(단심)治遍身風痒癮疹. 爲細末, 酒下一錢, 立止[丹心]"라고 하였기에 양반들이 더욱 가까이 하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송나라 팽승의 저서 『묵객휘서』의 말을 인용하여 "능소화ㆍ금전화ㆍ거나이화는 모두 독이 있어 눈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능소화를 쳐다보다가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이 눈에 들어갔는데, 그 후 드디어 실명했다. 凌霄花金錢花渠那異花 皆有毒 不可近眼 有人仰視淩霄花 露滴眼中 後遂失明"라고 하였다.

 

 

아름다움이 지나치니 실명失明할만도 하다.

 

 

나태주 시인의 '능소화'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 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태주 시인이 능소화를 만난 날처럼 비가 내린다.

 

 

능소화도 비처럼 내린다.

 

 

양반집 골목인가

 

 

피어서도 아름답지만 떨어져서도 아름답구나

 

 

사대부의 거리에 흐드러진 능소화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풍경이다.

 

 

피는 꽃

지는 꽃

 

 

이것이 꽃길

 

 

피는 꽃도 아름답고

지는 꽃도 아름답고

 

 

꽃길을 걸어도 아름답고

꽃길만 남기고 떠나도 아름답고

 

 

그렇게 기억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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