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머리오름의 골머리는 아흔아홉골의 첫머리인 천왕사 일대를 말한다. 이 아흔아홉골의 골머리인 천왕사 일대는 두 개의 계곡 사이에 놓여있는데, 서쪽 계곡은 어리목 일대에서 발원하여 어승생 동쪽에서 천왕사와 한밝저수지 사이로 흘러가며, 동쪽 계곡은 족은드레왓 북서 사면에서 흘러 내려온다.
골머리 천왕사에서 골머리오름 동쪽 협곡 절벽 아래 석굴암 일대는 산신바위, 보살바위, 칠성바위 등과 더불어 삼장동三藏洞, 세존동 등의 계곡이 갈라져 나가는 나한도량.
천왕사에서 골머리오름 능선을 걸어 석굴암까지는 옛사람들이 그어놓은 길이 이미 있다.
다만 길을 찾아갈 뿐, 이미 골머리오름에 들어와 있지만 도저히 골머리오름이라 할 만 곳은 찾을 수 없다.
누군가의 의자.
그 의자에 앉으면 석굴암이 있는 계곡이 눈에 선하다.
김종철은 이 일대를 고려 시승 혜일선사의 서천암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길을 걸어걸어 석굴암의 샘물을 마셔본 사람들은 대부분 심정적으로 공감하는 이야기다.
향기로운 적송의 길
그 길 저편으로 어승생악
족은두레왓 근처의 바위언덕
깊은 숲의 이정표
오래된 인적
깊은 숲의 인적은 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료에 의하면 골머리오름은 표고 850m에, 높이 413.8m, 비고 28m, 둘레는 467m, 면적은 14,756㎡, 폭은 149m이라 하지만 그 정확한 지점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걷다보면 만나는 것.
족은두레왓
족은두레왓에서 천왕사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동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석굴암이다.
금봉곡 상류의 석굴암.
금봉곡은 족은드레왓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말한다.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전각이 없이 절벽 바위 아래 자연 법당 안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기에, 절벽에 새겨진 '나무십육대아라한성중南無十六大阿羅漢聖衆'이라는 마애명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 마애명도 전각에 가려져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천왕사에서 골머리오름을 지나 석굴암까지 4시간. 이 일대는 아흔아홉 골짜기의 머리라서 골머리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본 골머리는 조금 달랐다. 그럼에도 그 생각은 감춰두기로 한다. 골머리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가려진 길을 걷어내며 걸었던 길. 그 길의 끝에 수국이 무성하다. 걸음을 멈춘 건 그 고운 꽃이 또 고와서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서천암에서 서천암을 찾은 것일까. 참꽃을 보고 헛꽃을 보았다 한 것은 아닐까. 골머리오름에 얽힌 여러가지 의문 때문에 걸음이 더 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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