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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

계절사색四色 계절사색思索

by 산드륵 2023.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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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색四色 계절 사색思索

소암기념관 전시실에서 2023년 9월 5일부터 10월 22일까지 가을이 예약되어 있다.

 

 

봄의 매梅, 여름의 연蓮,가을의 국菊, 겨울의 雪

그 계절의 사색四色과 함께 하는 인생의 사색思索

 

 

소암 초상화/김호석

 

 

이화일지춘梨花一枝春

배꽃 한가지에 봄이 들다

 

 

혼신시락화渾身是落花

온 몸이 낙화로구나

 

 

염영심심簾影深深

 

서거정/수기睡起

 

簾影深深轉

荷香續續來

夢回高枕上

桐葉雨聲催

 

주렴의 그림자 점점 길어지고

연꽃 향기는 점점 짙어지는데

높다란 베갯머리 꿈에서 깨니

오동잎에 빗소리만 요란하여라

 

 

진옥니중이眞玉泥中異

진정한 옥은 진흙 속에서 구별된다.

 

 

아미산월峨眉山月

 

이백/아미산월가峨眉山月哥

 

峨眉山月半輪秋

影入平羌江水流

夜發淸溪向三峽

思君不見下渝州

 

아미산에 반달이 뜬 가을이라

달그림자도 평강의 강물 따라 흘러드는데

이 밤에 청계를 떠나 삼협으로 향하니

그리운 님도 못보고 유주로 가는가

 

 

추풍유고음秋風惟苦吟

 

최치원/추풍유고음 秋風惟苦吟

 

秋風惟苦吟

擧世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古心

 

가을 바람이 쓰라리게 읊조림에 생각해보니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벗은 적은데

창밖 삼경에 비는 내리니

등잔 앞 내 마음은 만리밖일 수밖에

 

 

눈이 올 때

눈이 온 이것은 천국

 

 

상송霜松

서리내린 소나무

 

 

고귀한 이상/이왈종

 

 

방초벽연천芳草碧連天

 

不踏門前路

春歸又一年

洛花紅滿地

芳草碧連天

 

대문 앞 길을 밟지마라

봄이 돌아와 또 일년이 되었으니

낙화가 땅을 덮고

향기로운 푸른 풀빛은 하늘로 이어지네

 

 

장춘藏春

봄을 간직하다

 

 

일모천무日暮天無

 

도연명/의고擬古

 

日暮天無雲

春風扇微和

佳人美淸夜

達曙酣且歌

歌竟長歎息

持此感人多

皎皎雲間月

灼灼葉中華

豈無一時好

不久當如何

 

저물녘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봄바람 부드럽게 부는 밤

아름다운 이는 맑은 밤을 사랑하여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노래한다

노래의 끝은 긴 탄식이니

사람들을 크게 감동케 하네

구름 사이 하얀 달과

이파리 속의 고운 꽃

한 때의 호시절이 어찌 없겠냐마는

그것이 길지 못함을 어찌 하리까

 

 

연영수하표 蓮暎水霞標/소치 허련

연꽃이 물 아래를 아득히 비추다

 

 

승방수본정僧房雖本靜

 

허응당/산중즉사山中卽事

 

僧房雖本靜

 

立夏轉淸虛

 

愛獨朋從散

 

嫌喧客任疎

 

蟬聲山雨後

 

松籟曉風餘

 

永日東窓下

 

無心讀古書

 

 

승방은 본래 고요한 곳이지만

여름 되니 더욱 청허하구나

혼자 있기 좋아하니 벗들도 흩어지고

시끄러움 싫어하니 찾는이도 드물다

산비 내린 뒤에 매미소리 요란하고

새벽 바람 불고나니 솔바람 소리 들리니

동창 아래 길어진 하루

무심으로 옛 서적을 읽노라

 

 

 

녹수음중綠樹陰中

 

최기남/閑中用杜詩韻

 

綠樹陰中黃鳥節

靑山影裡白茅家

閑來獨步蒼苔逕

雨後微香動草花

 

싱그러운 나무 그늘 속 꾀꼬리 우는 시절

푸른 산 그림자 속에 단촐한 초가

이끼 낀 길을 한가로이 홀로 걸으니

비끝에 은은한 향기 풀꽃에서 풍겨오네

 

 

 

청운추월晴雲秋月

맑은 하늘에 비치는 가을 달

 

 

 

 

풍엽노화추흥장楓葉蘆花秋興長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흥취 깊어지네

 

 

청추淸秋

맑은 가을

 

 

한향寒香

차가운 향기

 

 

동冬

겨울

 

 

면앙천지俛仰天地

 

부휴선사/산거잡영山居雜詠

 

俛仰天地間

暫爲一時客​

穿林種新茶

洗鼎烹藥石​

月夜弄月明

秋山送秋夕​

雲深水亦深

自喜無尋迹 

 

굽어보고 우러러보는 천지간에

잠깐 한 시절의 나그네 되었구나

숲을 헤쳐 새로 차를 심고

솥을 씻어 약을 달이노라

달밤에는 밝은 달과 노닐고

가을 산에서 가을 저녁을 보낸다

구름 깊으니 물도 또한 깊어

찾는 이 없으니 스스로 기뻐하네

 

청산靑山도 내 벗이요

녹수綠水도 내 벗이라

청산녹수간靑山綠水間의

풍월風月도 내 벗이라

평생의 사미四美로

더불어 홈긔 놀자 호노라

 

 

춘조매화발春早梅花發

 

부휴선사/일선화구어一禪和求語

 

春早梅花發

秋深夜菊開​

欲說箇中事

浮雲空去來

이른 봄에는 매화 피고

가을 깊으면 국화가 핀다

그 일의 소식을 말하고자 하는가

뜬 구름 허공에 가고 오고 할뿐

 

 

월매도月梅圖/금봉 박행보

 

 

청풍불백월淸風拂白月

맑은 바람이 하얀 달을 씻네

 

 

가련작작可憐灼灼

 

설암 추봉/탄화嘆花

 

可憐灼灼滿枝花

落塵狂風空逐水

世間萬事盡如斯

何必人情能獨久

 

가련하다 가지 가득 저 꽃들아

광풍에 길을 잃고 물길 따라 가네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은데

인정은 어찌 오래 가는가

 

 

한거심자閑居心自

 

원감국사/한거심자閑居心自

 

閑居心自適

獨坐味尤長

古栢連高閣

幽花覆短牆

 

한가로이 살아가니 마음은 자적하고

홀로 앉았으니 그 맛이 더욱 좋구나

늙은 동백은 높은 누각에 뻗쳐 있고

그윽한 꽃들은 낮은 담장을 덮었네

 

 

우야간월雨夜看月

비오는 날 밤 달빛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