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에 내려앉은 별 하나가
가을을 타고 있습니다.
새별오름
업장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여
끝내 하늘로 오르지 못한 나는
그저
가을 타는 별오름에서
또다른 우주를 바라봅니다.
새별오름입니다.
그 형세가
자못 별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 합니다.
지금은 축제용 오름으로
더욱 유명한 새별오름.
그러나 이 새별오름은
고려시대 목호의 난이 일어났을 때
최영장군이 무려
314척의 전함과 예졸(銳卒) 2만 5,600여 명이라는
대규모 토벌대를 이끌고 들어와
진을 쳤던 곳이기도 합니다.
새별오름 정상에서 내려 보이는
서북쪽의 애월읍 어음리 어름비 벌판은
최영 장군의 토벌대와 목호들과의 대격전이 벌어졌던 곳
목호의 난이란
원나라가 망한 뒤
고려 공민왕 23년(1374년)에
명나라가 탐라에 있는 원나라 말 2천 필을 요구하자
제주도내 목마장을 관리하던 몽골인인 목호들이
원 세조가 기른 말을 명나라에 보낼 수 없다 하여
관리들을 죽이고 일으킨 난을 말합니다.
사진에서는
낮은 언덕에 가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정상에 오르면
너른 들판이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그 새별오름과 나란히 서 있는 이달봉
두 개의 봉우리가
마치 촛대가 서 있는 것 같다 하여
촛대봉이라고도 합니다.
창검이 하늘을 찌르고 간과 뇌가 들판을 덮었다는
당시 대격전의 현장을
이달봉도 보고 있었죠.
이 새별오름이
요즘 가을을 타고 있습니다.
오름의 오른쪽 능선은
눈부신 가을 눈꽃, 억새가
점령하였습니다.
저희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흔들리는 모습에서
문득
남한만의 단독선거 5.10선거를 반대하여
선거 전날밤
이 오름에 올라 밤비를 맞던
중산간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리기도 하는 곳
새별오름
제주오름을 닮아버린
무덤들이
왼편 기슭 아래 자리잡고 있습니다.
개여뀌
쑥부쟁이
엉겅퀴
저달믄꽃
발 아래
고운 꽃들을 키우는
억새들이
가을이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눈이 시립니다.
눈이 부십니다.
눈이 시리고
눈이 부시는
새별오름 속으로
가을이 길을 내 주었습니다
새별 위에 올라
새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바람에 마음을 맡겨 봅니다.
가을은
곧 겨울로 갈 터인데
내 마음은
저 곳에서
중력을 잃고
잠시 허공을 헤매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산하에서 길을 잃는 것은
그대도 아시다시피
무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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