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이 아름다운 시는
정호승님의 '눈부처'입니다.
그리운 이의
이슬 맺힌 눈동자같은
동백
그 앞에서
할 말을 잊었을 때
정호승 시인의 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서귀포시 서호동 용천사
용천사의 절곡지물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사진 속 조그맣게 보이는 건물이
용천사 건물이고
그 동편 과수원 일대가
고려시대 옛 사찰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폐사지입니다.
이 용천사 대웅전 동편에
지금도 마을주민들이 절곡지물이라 부르는
샘물터가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절곡지물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선 맑은 물이 샘솟았으나
지금은 물길이 아주 마르고 말았습니다.
산에 사는 사람들 말에 의하면
몇 년 전부터
한라의 물이 마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네요.
절곡지물은 말랐지만
이곳에서 동쪽으로 150여미터 정도 올라가면
서호리 상수원 보호지역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일제시대 서호리 주민들의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영실의 물을 끌어들인 수로가 설치되어 있는 곳입니다.
수로만 따라 걸으면 영실까지도 도착한다고 합니다.
조화(弔花)처럼
이 가을에 홀로 핀 꽃
그네와 놀던 사람이 먼저 갈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이 먼저 갈까
누가 먼저 가든
많이 아쉽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친 김에
용천사 서쪽에 자리잡은
각시바우 오름으로 올랐습니다.
이곳은 학이 날개를 펴고 앉은듯 하다고 해서
학수바우라고도 하는데
옛 제주지도에는
쌍계암(雙溪岩)이라고도 표기되어 있답니다.
열녀가 떨어져 죽었다 하여 열녀바위
혹은
사냥에 나섰던 원님이 주연을 베풀던 이곳에서
기녀가 떨어져 죽었다 하여 각시바위 등등
사연도 많은 곳입니다.
용천사에서 오르는 길도 있지만
서귀포 시내로 막 진입하는
고군산 옆에 있는 영산사 입구에서 오르는 길이 더 빠른 길입니다.
사진은 영산사의 대웅전 모습입니다.
이 영산사 바로 옆 계곡으로 오르면
천수경 한 편을 천천히 다 외울 때쯤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가을은
이렇게 왔군요
오르는 길에 만난
겨울 딸기
걷고 있다는 생각을 놓치고
겨울 딸기 앞에서
산토끼마냥
쫑긋거리게 됩니다.
호근동과 서홍동 경계에 걸쳐 있는
이 각시바우 오름엔
인근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포제단도 보입니다.
각시바우 오름 정상입니다.
서귀포 앞바다가 한 눈에 내려 보입니다.
긴 그림자를 끌며
어디론가 헤엄쳐 가고 있는 듯한
범섬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서귀포 한라산의 인자한 모습
각시바우 오름에
오를만한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가을이 빗겨간
각시바우 오름엔
이미 동백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름의 품 안에서
옛 사람들의 소근거림 엿들으며
작디 작은 사람의 집들을 내려보는 느낌이
심상치만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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