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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있길래

맹씨 행단

by 산드륵 2009.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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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에 접어들었다.

오래된 사연을 들추어낼만한 특별한 인연이 없어서인지

오히려 담백한 감정으로 편안히 떠돌 수 있는

내게는 그런 좋은 곳이 아산이다. 

 

충남 아산시 배방면

길에서 우연히 만난

고불 맹사성 시조비.

 

그의 시를 인연 삼아

가까운 곳에 있는 맹씨 행단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맹씨 행단 안으로 들어섰다.

박제된 문화재로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누군가 여전히 살림을 살고 있었다.

 

맹씨 고택

 

정면 4칸 측면 3칸의 고택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옛 민가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1330년 고려 충숙왕 17년 최영 장군의 부친인 최원직이 건축한 건물이다.

최영장군이 거처하기도 했던 이 건물은

1388년 우왕 14년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에 따른 정란으로

최영이 죽임을 당하여 비어있던 차에

최영의 손자 사위인 맹사성의 아버지, 맹희도가 은거하면서

맹씨가와 인연을 깊게 했다.

  

맹사성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어

맹씨 행단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맹씨 고택과 세덕사, 구괴정 등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그 중 세덕사는 고려말 두문동 72현인 맹유, 맹희도, 맹사성 등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세덕사 기둥은 곱고 

그 뜰은 적막하다.

 

오래 인적 없던

저 중문 너머로

오래 소식 없던

그리운 누군가가 들어설 듯 한 것이

 

아, 문(門)이란 이런 것!

   

건물이 세워진 이후

몇 차례 중수를 했다고는 하지만

어딘가에 고려 시대 건축법의 흔적이 남아있다니

아는 이의 눈에는 보일지도 모르겠다.

 

마루에 서서

뜰을 바라보기에 좋았겠다.

달빛이 두드러진 날은

창호문에 비친 그림자가 또한 좋았겠다.

  

햇살이 도드라진 날은

슬며시 그림자를 비껴 세우고 

대청마루에서 책읽기도 좋았겠건만

 

굴묵에 불이 꺼지면

인걸도 자연도 원래 '없는 법'.

한할 것도 탓할 것도 없음이라.

 

저곳에 은행나무 2그루가

여전히 이곳이 맹씨행단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치 명문가의 족적을 따라 온 것은 아니었지만

고려와 조선 사이

그 사이에서 부침하던 사람들을

울 너머에서 담담히 바라볼 수 있었던

어느날의 짧은 산책길이었다.

 

 

 

부용산 산허리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만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채
붉은 장미는 시들었구나
부용산 산허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한영애 - 부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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