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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를 신고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 길은 내게 평탄했습니다.
편한 등산화는 마치 군화와 같아서 밟고 지나치는 것들에 대해 무심하게 만들어줍니다.
무심히 한 발 또 한 발 내디딛는 내 앞으로 놀랍게도 작은 참새 한 마리
손가락 두 개로도 집을 수 있을만한 작은 참새 한마리 종종거리며 가로질러 갔습니다.
날지 않고 걷는 새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의아심과 동시에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온힘을 다해 나를 유인하려는 그 작은 참새의 간절함
그리고 보였습니다.
온기가 감싼 수풀 둥지 안 엄지 손톱만한 6개의 알들
혹시나 또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또 들길에 둥지를 튼 어미를 탓할지도 또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새의 날개로 날기에 그곳은 충분히 깊고 그곳은 충분히 높은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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