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올 한 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설레이는 첫걸음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 6번지
다랑쉬 오름에서 시작합니다.
오름의 여왕 다랑쉬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아프디 아픈 다랑쉬굴의 사연을 내려다보며
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의연한 이곳에서
2010년의 첫발을 디딥니다.
다랑쉬 오름에 오르자마자
눈에 잡히는 아끈다랑쉬
그리고 용눈이 오름
그 모든 아름다움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겨울 다랑쉬에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터벅터벅 걸을 때마다 펼쳐지는 세상
세화리 전경입니다.
돝오름과 비자림 군락도 한 눈에 잡힙니다.
다정한 용눈이와 손지봉
선의 아름다움을 보고싶다면 용눈이로
억새의 흔들림을 보고싶다면 손지봉으로
그렇게 그렇게
다랑쉬 저 멀리로 펼쳐진
오름의 능선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다보면
가슴에 긴 선 하나가 확 스치며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분화구는 깊지만
마음까지 매몰되는 일은 없습니다.
깊은 곳에서 오히려
시야는 저 먼 곳으로만 향합니다.
햇살과 구름을 뿜어내는 한라산
돝오름과 속살이 더 정겨운 둔지오름
매서운 칼바람을 품은 동거문이오름
어느 별을 향해
활주로를 내달릴 것인지
한참을 망설입니다.
다랑쉬 오름 아래로는
그래서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폐가까지 등장합니다.
외계인의 집처럼 생소한 저곳에서
혹시 모르죠.
누군가는 우주와의 교신을 시도하고 있는지...
그러다가 인생을 부도내고 있는지...
다랑쉬의 겨울 풀잎은 정겹기만한데
누군가는 부지런히 우주를 향해 구름되어 오르고 있습니다.
스스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오름들을 가장 아름다운 시각으로 잡아주는
다랑쉬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배웁니다.
스스로 아름답고
타인 또한 아름다운 시각으로 잡아주는 그런...
2010년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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