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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by 산드륵 201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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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1938년>
 
                                           *마가리 - 오막살이
















 

 전에 천재시인 백석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다.

 백석은 20대에 자야라고 불리는 어느 여인을 만나 3년 동안 사랑했으나,

결국 남북으로 헤어져 끝내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백석은 그녀를 위해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란 시를 썼다.

 자야라고 불리던 여인의 본명은 '김영한'이었고, 직업은 기생이었다.

 둘은 너무 사랑했지만

 

백석의 부모는 기생과 동거하는 아들이 못마땅하여  

억지로 다른 여자와 결혼을 시켰다.

 그러나 백석은 자야에게 돌아갔고, 

 

다시 강제로 결혼을 하고 도망치기를 세번이나 하면서

 

자야와의 사랑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결국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가서 살자고 설득했지만

 

자야는 이를 거절했고,

할 수 없이 백석은 홀로 만주로 떠났는데,

 그 이후에 남북 분단이 되어 둘은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1995년에 백석은 북에서 사망하였고, 1999년에 자야도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자야는 평생을 가슴 속에 백석을 묻고 살았으며,

 

죽기 전에 고급요정이었던 대원각(약 천억원)을

법정 스님에게 보시하여 길상사라는 사찰을 지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창작과 비평사에 2억원을 출연하여 백석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사람사는 세상 벽안님 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