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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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을 보내며 류시화님................................................
"만나서 행복했고 고마웠다."
그나마 몇 마디 말씀을 하실 수가 있으시던 며칠 전,
스님께서 침대맡으로 저를 손짓해 부르셔서 저의 손을 잡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만나서 행복했고, 고마웠다고.
저도 지금 스님께 그 말씀을 드립니다.
만나서 더없이 행복했고, 감사했다고.
이 보잘것없는 한 중생을 만나
끝까지 반말 한 번 안 하시고
언제나 그 소나무 같고 산사람 같은 모습을 보여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이 삶이 고통이고 끝없는 질곡이라 해도
또다시 만나고 싶다고.
해마다 봄이면
"꽃 보러 갈까? 차잎 올라오는 것 보러 갈까? 바다에 봄 오는 것 보러 갈까?" 하고 연락하시던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우뢰와 같은 침묵으로 돌아간다."
오늘 법정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서귀포를 떠나기 전 죽음이 무엇인가 하고 묻자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뢰와 같은 침묵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아마 육신을 벗고 맨 먼저 강원도 눈 쌓인 산을 보러 가셨겠지요.
그리고 그토록 좋아하시던 법환리 앞바다도 슬쩍 보러 가셨겠지요.
오늘 큰 산 하나가 산을 떠났습니다.
이 마음과 마찬가지로 그 산이 한동안 텅 비겠지요.
그러나 곧 꽃과 나무들이 그 공의 자리를 채울 겁니다.
사람은 살아서 작별해야 합니다.
그것이 덜 슬프다는 것을 오늘 깨닫습니다.
........................................................................안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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