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아침 8시경 봉하마을을 찾았다.
비가 내리는 봉하의 노무현 대통령 생가
1주기 추도식을 맞은 봉하에서
노대통령도 비에 젖어 있었다.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한 노대통령의 모습
제주도민들의 아픔을 해결해 주고자 했던 유일한 대통령
그를 잃고 혼란에 빠진 것은
그를 잃고 갈등만 키워가는 것은
제주도민만이 아니라는 데에
이 나라 분단국의 위태로움이 있다.
추모의 집 앞에서 손들어 반기는 노대통령
새롭게 단장된 묘역은
오후 2시 추도식 이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멀리 보이는 부엉이 바위
비에 젖어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부엉이 바위로 가는 길목에 늘어선 조화
그리고 시인들이 걸개 작품들
마을 전체에 흐르는
아픔의 가락이
사람들을 천천히 천천히 걷게 한다.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간 적이 없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진정 꾹꾹 눌러쓴 이 시인의 시처럼
바닥은 언제나 희망일 수 있을까?
부엉이 바위 아래로
추도식에 쓰일 의자들이 놓여지고 있다.
의자들이 다 놓아지기도 전에
사람들이 걸어서 마을로 들어온다.
차는 들어올 수가 없어서
모두가 걸어들어 오고 있는 형편이다.
봉화산 마애불
언제면 일어서실까.
빗줄기가 더욱 굵어진다.
오전 11시 정토원에서는 추모 법회
법당의 부처님을 뵙지도 못하고
비를 맞으며 앉아 있었다.
멀리서 부처님께 인사드린다.
문재인님
큰형처럼
혹은 큰아들처럼
담담하고도 따뜻하다.
정토원에서 내려가다가 부엉이 바위에 다시 들러보았다.
작년과는 달리 바위 입구를 막아놓았다.
산에서 내려가는데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인파는 수없이 밀려오고 비도 역시 더욱 굵어진다.
산등성이에서도 줄을 서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일부 가족들은 바위너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산자락에 서서 추도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할머니, 할아버지에서 어린 아이들까지.
맨 앞 좌석에는 낯익은 얼굴들
큰아들 건호씨와 권양숙 영부인님의 모습
김제동님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추도식 내내 분노의 절규는 들리지 않았다.
슬펐고 아팠다.
개인 노무현이 이어준 길을 따라가니 이 나라가 아파하고 있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전경들도 고생이다.
다른 고생이 아니고 비를 맞느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노건호님
앉아 있을 때는
어린 아이처럼 입술을 앙 다물고 울음을 삼키는 모습이었지만
대중 앞에서는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공개된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묘역 입구에서 헌화하고
이곳으로 들어와야 했으나
사람들이 갑자기 밀려 들어오는 통에
행사 계획이 잠깐 차질을 빚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만의 인파가 갑자기 대통려의 묘역으로 밀려들어
경찰들도 철수했다.
바닥의 박석엔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새겨져 있다.
추도식이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 그리고 그만큼 봉하로 들어가는 사람들
이렇게 1시간여를 걸어 겨우 봉하마을 입구까지 빠져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좀더 세심하게 살펴보고자 했는데
인파에 밀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무료 서틀버스와 사람들이 걷는 속도가 같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행렬
나와 같은 처지인 이들 일부와 함께 2시간여를 걸어서
겨우 진영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비에 젖은 발바닥은 물집이 잡히고 발목에는 통증이 심했다.
그러나 이날밤
빗줄기 더욱 세찼던 이날밤
그많은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
적막만 남은 봉하의 묘역에
그 묘역에
권양숙 영부인님과 아들과 딸, 그리고 몇몇의 가족들이
빗속에 오래 서성거리고 있었다는
어느 늦은 시간의 추도객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통증은 가슴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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