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30 이른 아침
함부로 약속하지 마라
약속 하나 지키려 환생할 수도 있다.
오직 능가사를 보기 위해
팔영산 자연 휴양림에서 고단한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시간에 능가사를 찾았다.
전남 고흥군 점안면 성기리 능가사
다투어 피어난 꽃길 건너
팔영산이 품은 능가사의 대웅전이 보인다.
일주문을 들어서자 마자 마주치는 능가사 범종
1698년 숙종 24년 주조된 것으로 높이 1m에 100kg이 넘는 무게라 하는데
용뉴의 두 마리의 용은 오히려 이조차 가벼운 듯한 표정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 헌병대로 옮겨지기도 했으나
소리가 울리지 않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한다.
종각 앞에는 이 범종에 대해 '능가사 명동종'이라 표기해 놓았다.
문화재청에서 불교 고유의 '범종'이란 표기를 '동종'으로 바꾼 탓일까.
'범종'이라는 고유명사를 인정치 않고 '동종'이라는 보통명사로만 문화재를 바라보겠다는
2MB 공화국의 문화재 인식에 쓴웃음이 난다.
아름다운 비천상 밑으로 선명한 8괘 문양.
불교 의식과 유교 의식의 결합되어 있는 독특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폭염은 견딜만하다.
천천히 능가사 사적비를 둘러본다.
사적비에 기록된 내용은 보면
능가사는 신라 아도 화상이 창건한 사찰로서 보현사라 불리었으나
정유재란 당시 모두 소실된 후 1644 인조 22년 벽천 정현대사에 의해 중건, 능가사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적비의 귀부가 이채롭다.
현재는 송광사의 말사로서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 도량
국가의 길흉사에
법우를 흘리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는 응진당
경내를 참배하는 내내
꼬리를 흔들며 쫓아다니던 똥강아지 한 마리가 자세를 잡았다.
귀여운 녀석인데 사진발은 생각같지 않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능가사 대웅전
18세기 중엽 중건된 전각으로서
건물 방향이 사찰 입구를 따라 북쪽으로 앉아 있는 것이 특이하며
배흘림 기둥에 정면의 기둥머리가 인초공 수법을 사용한 화려한 사찰로 인정받고 있다.
대웅전의 석가모니 부처님
참배하고 다른 길을 재촉해야 했으나
쉽게 자리를 빠져 나오지 못한다.
한참 후에야 그것이 약속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20여년전, 이곳 대웅전에서 마음으로 약속하며 돌아선 기억이 홀연히 떠올랐다.
예전에 참배했던 곳이라는 것도 까마득하게 잊은 채 그 약속 하나로 인해
간밤에는 이 팔영산 자락을 떠나지 못했던 것일까.
즉심시불
지금 이 마음이 곧 부처라!
지금 지옥이라면
지금 극락으로 마음을 되돌이킬 수 있다만
그것이 현실도피는 아니겠다.
꽃은 꽃
눈은 카메라일 뿐....
기계는 좋고 싫음을 말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동행한 도사가 돌아서며 들려주신다.
지옥, 극락은 오직 마음의 분별이라는 말씀.
그리고 팩트는 그냥 팩트일 뿐이라는 말씀.
대웅전을 한 번 더 뒤돌아보며 일주문을 나서려는데
경내에서는 외면하고 있던 똥강아지의 어미가 일주문밖에까지 따라올 기세다.
이생의 어디서 다시 만나도 왜 다시 만났는지 모른 채 낯설게 스쳐지나가는 인생인데
저 녀석은 문득 어떤 약속 하나 기억해 낸 것일까.
다시 온다고 했던 어떤 날의 약속이 지켜진 것에 대한
그만의 답례를 뒤로 하고
또다른 약속의 길로 미련없이 나선다.
A Thousand Dreams Of You /노래.홍콩 배우 故 장국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