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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두륜산 대흥사 북미륵암

by 산드륵 201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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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8. 1 아침

 

해남의 두륜산 북미륵암을 찾았다.

회향하기에 좋은 곳.

내려놓을 것이 있다고 생각 들 때마다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다.

 

두륜산 대흥사 깊은 골 북미륵암 가는 길

 

숲 그림자 짙고

쉬엄쉬엄 맑은 물이 흘러

언제든 걷기에 좋은 곳이다.

 

북미륵암과 진불암, 일지암으로 갈라지는

숲 속의 삼거리에서

오늘 찾아가는 곳은 북미륵암

 

폭우 뒤끝이라 매끄러운 산길을 1킬로 남짓여 천천히 걷는다.

이른 숲에 오래된 인기척 외에는 사람의 말소리가 없어서 좋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미륵암 입구에 도착해서 만난 것은 포크레인

 

두륜산 등산인들을 위한 해우소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포크레인이 그 험한 산길을 어떻게 올라왔는지 놀랍기도 하지만

하필이면 북미륵암 입구에 터를 잡아야 하는지 묻고 싶은 것은 나뿐만이 아닌 듯하다.

 

북미륵암

 

 

 

산기슭을 따라 요사채와 용화전, 석탑이 이어진다.  

 

천천히 용화전으로 계단을 오른다. 

 

북미륵암 마애 여래 좌상

신라 하대 850년-922년경에 조성된 것으로

통일 신라 전성기의 조각 양식 중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본존을 가운데 모시고

사방에는 비천상을 새겨 공양토록 하였다.

  

연꽃으로 공양하는 비천상

 

깊은 숨결 하나로

천의를 새기는

석공의 땀에 젖은 모습이 생생하다

 

세세생생 붓다와 함께 하는 비천상의 모습 

 

바위에 손으로 새겨넣은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생생하다

 

용화전 옆에는 삼층석탑 

10-11세기 작품으로 보물 제301호로 지정되어 있다.

 

 

기슭 위의 또다른 삼층석탑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

   

산 위의 탱자나무

 

천년수에 해를 붙들어놓고 불상을 새긴 후

아직 비천상을 다 새기지 못한 천동을 남겨 놓은 채

해를 붙들어놓은 밧줄을 끊고 먼저 하늘로 돌아갔다는 천녀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전설 속의 천년수는 아니겠지만 웬지 가시가 굵어 보인다.

  

용화전을 지어 마애불상을 보호하고 있어서

산에서 마애불을 내려다 보는 기쁨은 아쉽게도 접어둔다.

  

북미륵암 동탑으로 오르는 기슭의 산왕전

 

기슭의 삼층석탑

 

자연 암반이 탑의 지대석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얼핏 보면 붓다의 손바닥 안에 삼층탑이 세워진 것처럼 보인다.

 

조성 당시부터 새겨진 바위의 이 홈은

빗물이 자연스레 흘러 내리도록 일부러 파 놓은 것이다.

 

용화전의 마애여래와 삼층탑을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이 석탑이 세워져 있다.

 

두륜산 깊은 골도 한 눈에 잡힌다.

 

서산대사는 대흥사에 자신의 의발을 전하게 하며

두륜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화이초가 항상 아름답게 피어 있고 옷감과 먹을 것이 끊이지 않는다.

내가 보건대 두륜산은 모든 것이 다 잘 될만한 곳이다.

북으로 월출산이 이어져 있고 동으로 천관산과 서로는 선운산이 홀연히 마주 서 있다.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골짜기는 깊고 그윽하니 이곳은 만세도록 훼손되지 않을 땅이다. 

 

나그네가 한참을 살피고 다녀가는데도

견공의 꿈은 깊어 깨어날 줄을 모른다.

 

북미륵암 스님께서 평탄한 길이라며 일러주신 길을 따라 내려온다.

 

평탄한 길

 

호랑이가 찍고 넘기에나 평탄한 길

 

그러나 북미륵암을 다 내려오고야 이 길이 평탄한 길인 까닭을 안다.

큰 바위를 넘나들며 조심스레 걷기에 열중하느라 마음은 아무 망상없이 평탄하게 하산했다.

 

업이 지중하여 어려운 삶을 산다고 한탄할 일이 아닌가보다.

마음이 고요하면 그것이 평탄한 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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