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31 아침
완주의 송광사를 찾아 아리랑 고개를 넘는다.
진안에서 길을 잃었다.
왜 이곳에서 길을 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령을 넘어 완주로 가는 길을 어렵게 찾으니
완주 송광사로 가는 길이 쉽게 드러난다.
완주 송광사 뒤뜰의 연지
향내음 없다.
그럼에도 드높기만 한 향기
향기도 보는 것이라서
이미 눈은 향기를 보고 있다
귀한 사람이 그러하듯
종남산 송광사
신라 경문왕 7년 876년 도의선사가
백련사라는 사명으로 창건했다.
그 뒤 고려 중기 보조국사께서 송광사로 개명하여 중창을 꿈꾸다가
광해군 14년인 1622년 응호·승명·운정·덕림·득순·홍신 등이 지었다고 한다.
이후로도 인조 14년(1636)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절의 확장공사가 있었고 대가람으로 번창하였다.
소박하고도 정감 넘치는 송광사 일주문
원래 송광사의 일주문은
이곳에서 3km 정도 떨어진 전주-진안 사이의 '나드리'에 있었을 정도로
방대한 사찰이었으나
그 규모가 축소되면서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게 되었다.
입차문래 막존지해-이 문 안에 들어서는 이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분별을 버려라
송광사 일주문에 걸려있던
'입차문래 막존지해'라는 글귀가
이제는 밝은 미소로 서서 온갖 인연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당간지주에 깃발은 걸리지 않았으나
이미 송광사에 들어설 때 그 위엄은 가히 짐작하게 된다.
시원한 물줄기 받아 마시고 옷매무새를 바로 잡는다.
완주 송광사 대웅전
조선 인조 14년(1636)에 벽암국사가 다시 짓고, 철종 8년(1857)에 제봉선사가 한 번의 공사를 더하여 완성하였다.
앞면 5칸·옆면 3칸 규모에 팔작지붕 형태에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만든 공포는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을 취하고 있다.
대웅전의 삼존불상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좌우에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를 봉안하였다.
법당 안에 모셔진 좌불상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그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라에 위기가 찾아올 때는 법신에서 땀을 흘린다고 한다.
인조 19년인 1641년에 흙으로 조성된 불상으로
복장에서는 병자호란 당시 중국에 볼모로 잡혀간 두 왕세자의 무사 귀환을 비는 발원문이 나왔다.
송광사 목조 삼전패
인조와 왕비, 그리고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의 안녕을 비는 조각이다.
송광사의 아름다운 종각
아자형의 종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종각.
세심정에서 마음을 씻고
넓은 평지에 자리한 가람을 둘러본다.
나한전
조선 효종 7년 1656년에 조성되었다.
생동감 있는 오백 나한의 표정이 압권이다.
나한전 옆으로는 최근에 조성된 여래입상이 기도객을 받고 있다.
각 전각마다에서 천일기도가 행해지고 있어
쉽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다.
카메라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에 한 조각 풍경이 잡혔다.
다리를 쓸 수 없는 어머니를 안고
젊은이가 법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짚풀처럼 가벼워 보이는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안겨 법당으로 들어서며 말할 수 없는 환희의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굴뚝 맞나.
웃고 있다.
부드러운 공양구....
연꽃의 미소를 뒤로 하고 송광사를 빠져 나왔다.
송광사에서 위봉사는 가까웠다.
위봉사는
백제 무왕 5년인 604년 서엄선사가 창건한 사찰로서
고려 공민왕 8년 1359년에 나옹화상이 중창하였다.
일설에 의하면
신라 사람 최용건이 이 곳에서 세 마리의 봉황이 노닐고 있어
그 터에 절을 짓고 위봉사라고 칭했다라고도 전한다.
수령 5백년이 넘는 가람의 소나무와 기울어진 삼층석탑
일제강점기 때에는 31대 본산 중의 하나로
50여개가 넘는 말사를 거느리고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김제 금산사의 말사로
옛보다 위세는 못한 것 같지만
고운 채송화가 한적한 오후를 빛내고 있다.
위봉사 보광명전
보광명전-빛의 집
보광명전 아미타부처님
뒤의 벽화에는 흰옷의 관음보살
세존이 계신 곳에서
오전의 짧은 시간을
석탑 주변의 채송화와 보낸다.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운 꽃
반갑다.
그리고 함께 해 준 바람아, 구름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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