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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의佛家思議

대흥사 일지암

by 산드륵 201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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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꿈결엔듯 종소리가 들린다

저 아래. 마을 계곡. 조그만 사찰의 예불 소리인 줄 알겠다

귀가 서늘하다

가을이 왔다

 

 

대흥사 일지암 가는 길

 

정갈한 한잔 차와 같은 일지암

 

시, 선, 화 삼절로 차 문화를 중흥시킨 초의선사(1786-1866)가

40여년 동안 머물던 이곳을 찾아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선생도 이 길을 올랐다.

 

대웅전에 먼저 참배한다.

기도하는 이가 있어 조용히 빠져 나왔다.

 

차빛만큼 산빛도 고운 곳.

소치 허련 선생이 붓과 먹을 지고 이곳에 올라

초의 선사와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삼고

남종화의 큰 맥을 이었던 곳.

그러나 초의 선사가 열반하고 난 후 화재로 소실되고 말았는데

이후 선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근대 3대 건축가의 한 사람인 조자룡 선생의 힘을 빌려 옛 모습대로 복원해 놓았다 한다. 

 

一傾玉花風生腋 

身輕已涉上淸境

明月爲燭兼爲友 

白雲鋪席因作屛

옥화 한 잔 기울이니 겨드랑이에 바람 일어
몸 가벼워 하마 벌써 맑은 곳에 올랐구나
밝은 달은 촛불이요 또 나의 벗이로다
흰 구름 자리 펴고 병풍도 치는구나     .... 초의선사 동다송 제16송
 

 

1824년 초의 선사는 이곳에 암자를 세우고 일지암이라 이름하였다.

 

뱁새는 언제나 한 마음이기 때문에

나무 끝 한가지에 살아도 편안하다는

한산의 시에서 '일지(一枝)'를 꺾어 자신의 재호로 삼았던 초의선사

 

天光如水水如烟  하늘빛은 물과 같고  물은 연기와 같다

此地來遊已半年  이곳에 와서 지낸지도 어느덧 반년일세

良夜幾同明月臥  좋은 밤 몇 번이나 밝은 달 아래 누웠나

淸江今對白鷗眠  맑은 강가에서 물새를 바라보며 잠이 드네

嫌猜元不留心內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  원래 없었으니    
毁譽何會到耳邊  비방하고 칭찬하는 소리  응당 듣지 않았네
袖裏尙餘驚雷笑  소매에는 뇌소차가 아직 남아 있으니

倚雲更試杜陵泉  구름에 기대어 두릉의 샘물을 담는다네  ....초의선사

  

일지암의 자우홍련사

초의선사께서 40여년을 머물렀던 살림채이다.

 

연못에 4개의 돌기둥을 쌓아 세운 누마루 건물로

이곳에서 수많은 인사들과 교류하며

다선일미의 세계를 열였다.

 

體神雖全

猶恐過中正

中正不過

健靈倂

 

(체)와 (신)이 비록 온전하다 하더라도

오히려 중정을 잃을까 두려우니

中正(중정)을 잃지 않으면

(건)과 (령)을 함께 얻느니라

 

茶經(다경)의 泡法(포법)에 이르기를

탕이 순숙한 후 조금 따라서 부었다가 그걸 버려 냉기가 가신 다음 적당한 분량의 茶葉(다엽)을 넣는 것인데

차가 많으면 맛이 써서 향기가 떨어지며 물이 많으면 색이 나지 않고 맛이 떨어진다.

잔을 다시 쓸 때는 냉수로 닦아 깨끗하게 하였다가 쓰는 법인즉 그렇게 안 하면 향기가 줄어드느니라.

너무 뜨겁게 하면 茶神(다신)이 不健(불건)하고 잔이 깨끗하면 물이 영그러진다.

다수가 중화하는 것을 기다려 베에 걸러 마시는 법인데 너무 빠르면 다신이 나타나지 않고 늦으면 향기를 잃느니라.

평해서 말하기를 採茶(채다)는(묘)를 다해야 하고 造茶(조다)는 그 정성을 다 해야 하고

물은 진수를 얻어야 하고 泡法(포법)은 中正(중정)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와신이 서로 함께하는 것을 일컬어 다도에 이르렀다 한다             ....초의선사 동다송 제29송 

  

일지암에서 내려

대흥사 응진전 삼층석탑 앞을 지난다.

 

윤장대

불경을 모신 장경각의 한 양식이다.

빙글빙글 돌리면서 옴마니반메훔을 외는데

얼마나 돌려야 세세생생의 업장이 녹을까 생각했다.

 

죄망심멸 양구공(罪亡心滅 兩俱空)!

 

옆에서 누군가 일러주며 이제 그만 돌려라 한다.

 

대흥사 대웅보전

조선 현종 8년 1667년에 심수대사가 중건한 건물로

법당 안에는 목조 삼존불을 봉안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중에도

법당 안에서 좌정한 이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조선 후기 명필로 알려진 원교 이광사(1705-1777)가 썼다는 대웅보전 현판

붓끝을 살짝 들어올리는 그의 시선이 담담하다.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가 할 일이 하나 생겼다.

 

홀로 차 한 잔

 

그것이면 스스로에게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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